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 몇 해 전 그 분의 산문집 [호미]를 읽으며 저는 노년의 소소한 농작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농작 자체보다도 나이듦을 찬양하시는 그 분의 태도가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노년을 즐길 수 있는 그 여유로움- 재정적으로든, 건강 면에서든, 인간 관계면에서든 노년의 느긋함-이 질투날 정도로 좋아보이더라구요!

저는 한 오십 또는 육십 즈음에 농부가 되고 싶어요. 뒷마당에 매실나무며, 감나무, 밤나무를 심고요. 암탉은 서너 마리쯤 키우고 싶습니다. 제가 키운 포도로 포도주도 담그고요. 뜰에 만개한 목련과 벚꽃도 보고 싶고, 그 곳에서 고양이나 강아지도 뛰어 놀면 좋겠네요.

지금은 고작 회사에서 키우는 화분 두 개가 전부지만... 혹시 아나요? 제가 농부로서 꽤 괜찮은 천부적 자질을 갖고 있을지! ^^ 아참참! 오늘 아침에 보니까 3년간 꽃 한번 피운 적 없었던 제 화분에 굉장히 귀엽고 소담스러운 꽃이 피었어요!

화분을 팔던 아저씨 말씀으로는 이 나무에 꽃을 피우면 굉장히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잎만 무성하지 꽃은 전혀 피지 않기에 장사꾼에게 사기 당했다고 괘씸해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꽃 한번 피우지 못하는 이 녀석에게 물을 줄 때마다, 화분을 팔던 아저씨의 그 예언(?)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철이 바뀔 때마다 개화를 기대했는데, 계절이 12번 바뀌고서야 이제야 배시시 꽃을 피웠네요. ^^ 기특한 놈! 네 꽃은 흰색이었구나~ 룰루랄라! (좋은 일이라니 그게 뭘까?..기대기대~냐하하핫)

그런데 말이죠...... 혹시 말예요.... 화분 아저씨가 말했던 "굉/장/히/ 좋은 일" 이라는 게 "당신의 농부 자질이 입증된다"는 정도의 사소한 좋은 일은 설마 아니겠죠...???!!!!






후아 -_- 나 3년동안 뭐 한거니? 그 화분 아쟈씨 찾아서 내일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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