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자체브랜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가령 이마트의 "이플러스" 라든가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홈플러스의 "홈플러스 알뜰상품" 등을 떠올려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거에요. 이러한 자체 브랜드들은 Private Label의 약자로 PL이라고 하기도 하고 Private Brand 의 약자로 PB라고 하는데, 유통업체가 제조업체 브랜드 대신에 자사의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유통 과정을 단순화하고 마진을 줄여 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개념인데요.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도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월마트의 Great Value 라든가 홀푸드의 자체 브랜드인 365 Organic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이러한 자체 브랜드는 소매업체가 제품을 직접 개발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어 중간 마진이 수익으로 연결되기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들 PB 상품은 진열대에서도 제일 눈에 잘 띄는 골든 존(Golden Zone)을 차지하게 됩니다. 골든 존은 고객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위치로써, 구매고객이 진열대를 바라볼 때 이상적인 눈높이에 위치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골든 존과 골든 존이 아닌 곳의 매출 격차가 3~5배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으니 진열 위치가 해당 상품의 매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아시겠지요?

자. 이쯤 되면 많은 분들은 의아해 하실 것입니다. 무슨 녹차 시음기에 녹차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마케팅 용어만 난무하냐고 말이죠. 기분 좋게 싸고 좋은 값으로 유기농 녹차를 마셨다면 이런 딴소리나 하고 있겠어요?? 비판적 사고의 시작은 굉장히 단순했어요. ①문제의 녹차를 마신다 ②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맛과 불편한 티백에 실망한다 ③내가 이걸 왜 샀는지 후회한다 홀푸드의 자체브랜드인 365organic에서 나온 디카페인 녹차를 구입한 것을 후회하면서 "그네들의 골든 존 마법"에 빠져 충동구매를 한 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 제품의 정식 명칭은 "Organic Decaffeinated Green Tea with Lemon Myrtle" 입니다. 녹차에서 레몬 향이 살짝 나는데, 이는 레몬머틀이라는 이름의 허브가 들었기 때문이에요. 녹차는 원래 카페인이 들어 있기 때문에 너무 늦은 시간에 마시면 잠이 오지 않을 수 있는데요. 이 제품은 CO2처리 방식으로 카페인을 낮추면서도 본연의 향과 건강에 좋은 항산화성분은 남겨 두었다고 제품 상자에 적혀 있네요. 이 제품은 미농무부의 유기농인증을 받았다고 하며, 제품 상자는 재생지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마셔보면, 녹차의 본연의 향이 별로 나지 않아요. 레몬 머틀의 향기 때문일 수도 있고, 디카페인 녹차의 특성일 수 있으니 맛과 향기에 대한 불만은 이쯤에서 패스. 무엇보다 티백 포장이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옆에 보이는 사진처럼 10개 티백씩 비닐포장되어 있는데요. 개별 포장이 아니다보니까 10개를 한꺼번에 마시지 않는 한, 9개의 티백은 개봉된 상태로 한참을 두게 되어 조금 찝찝해요. 게다가 보리차 티백도 아니고, 녹차 티백인데 티백에 실이 달려있지 않아서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고 나면, 티백을 건져내기가 참 난감합니다. 아시겠지만, 녹차는 뜨거운 물에 오래 우려내게 되면 탄닌 성분이 자꾸 우려나와 떫은 맛이 나게 되잖아요. 거참....실을 매달게 되면, 친환경이 아니라고 판단한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봐요! 이는 분명히 자기네 진열대의 골든 존을 너무 믿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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