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손이 나에게 내리셨다. 그분께서 주님의 영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시어, 넓은 계곡 한가운데에 내려놓으셨다. 그곳은 뼈로 가득 차 있었다.  그분께서는 나를 그 뼈들 사이로 두루 돌아다니게 하셨다. 그 넓은 계곡 바닥에는 뼈가 대단히 많았는데, 그것들은 바싹 말라 있었다.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주 하느님, 당신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분께서 또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뼈들에게 예언하여라.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주 하느님이 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너희에게 힘줄을 놓고 살이 오르게 하며 너희를 살갗으로 씌운 다음,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분부받은 대로 예언하였다. 그런데 내가 예언할 때, 무슨 소리가 나고 진동이 일더니, 뼈들이, 뼈와 뼈가 서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올라오며 그 위로 살갗이 덮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숨은 아직 없었다.  그분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숨에게 예언하여라. 사람의 아들아, 예언하여라. 숨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 숨아, 사방에서 와 이 학살된 이들 위로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그분께서 분부하신 대로 내가 예언하니, 숨이 그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들이 살아나서 제 발로 일어서는데, 엄청나게 큰 군대였다.  (에제키엘서 제37장 1-10절)

성경 속에서 마른 뼈들이 되살아나는 장면은 강한 충격을 줍니다. 방금 죽은 사람도 아니고, 이미 말라버린 뼈들이 되살아나 엄청나게 큰 군대가 되다니요. 어지간한 판타지 영화보다 더 스펙터클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장면이 성경 속에 생생히 펼쳐집니다.

이미 희망은 사라졌고, 더 이상은 기대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좌절하고 있던 때에 전 우연히 이 성경 구절을 접했습니다. 정말 놀랐지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게 그분께서 들려주시는 말씀과 같았으니까요. 공포와 좌절 그리고 실의에 빠져 마른 뼈들로 가득한 계곡을 걷고 있는 제 자신을 성경 속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분은 제게 묻습니다. "얘야...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니?" 그때 제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맙소사. 주님. 제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이미 다 죽다 못해 뼈까지 말라버렸잖아요! 저는요.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왜...왜 제게 이러시는거에요!?" 사실 그분께 화가 났다거나 이렇게까지 저를 몰아가는 상황에 분이 났다기 보다는, 유능하지 못한 자신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 제게 주님은 그 마른 뼈들이 거대한 군대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려 주십니다. 이 말씀을 접하고서 불가능도 가능케 하시는 그분의 능력에 대해서도 물론 생각했지만, 그보다 그동안의 제 태도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저는 최근에 몇가지 좌절을 겪으며, 스스로의 무능함에 자책하고 굉장히 분개했습니다. 아직까지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터라, 어설픈 자만심 때문에 최근의 좌절이 더 아프고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배웠고 늘 그렇게 믿어 왔는데, 현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자신이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 부족이나 무능력 탓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노력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던가요? 모든 일의 성공엔 우리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노력을 아무리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성과주의는 우리 사회의 우울증과 자살율 급증의 원흉일지도 모릅니다. 옛날에 unfortunate person은 그저 불운한 사람을 지칭했었으나,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부(fortune)가 없는 상태 -unfortunate-는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태만함이나 노력 부족에 의한 결과인 양 몰아 갑니다. 결국 모든 성공과 모든 실패의 책임이 이젠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성과주의는 그런 면에서 참 끔찍하게 어울리는 환장(!)의 짝꿍입니다.

사소한 성공에 도취되어 있을 때엔 몰랐는데, 최근에 좌절과 실패들을 경험해보니 그간의 제 오만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이루었던 일들은 온전히 제가 잘나서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음을, 제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요즘 겪었던 실패들도 그분의 뜻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크고 작은 기적들부터 손바닥을 뒤집는 정도의 사소한 행동에도 "제 믿음과 노력" 뿐만 아니라 "주님의 뜻하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제게 가르쳐 주시려고 했나 봅니다. 제 안의 강퍅한 마음을 바로잡는 길은 무수한 실패밖에 없다는 걸 그분께선 이미 알고 계셨을 테지요.

제 고집을 내려 놓고 "주 하느님, 당신께서 아십니다"라고 대답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집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글을 쓰는 며칠동안 기적과 같이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들이 한순간에 해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제가 바라고 기대하던 것을 주신 것이 아니라, 제게 가장 필요하고도 가장 좋은 것을 주셨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혀 다른 "그분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마른 뼈가 다시 살아나 그 안에 숨결이 깃드는 것과 같은 놀라운 기적이 지금 우리의 일상 가운데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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