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에서 받은 초대권으로 본 뮤지컬 힐링하트 시즌2 입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해 초에도 롯데백화점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 초대권을 받아서 꽤 재미있게 봤었네요. 힐링하트 시즌2의 티켓에 적혀있던 '자살방지 특별법'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이건 일종의 계몽 뮤지컬인가 했는데 정말 공연장에 가보니까 보건복지부에서 보낸 화환이 서있는거에요. 놀라서 검색해 보니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자살 방지를 위해 후원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이었습니다.

주인공 '김대리'는 직장에서는 만년 대리로 일하다가 쫓겨나다시피 퇴사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에게도 이별을 통보받게 됩니다. 김대리는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사고까지 치게 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나타난 신비의 인물에게서 자살 불가 통보를 받게 되는데요. 천상세계에서 요즘 자살률이 너무 높아 새로운 자살법이 생겼고, 자살할 만한 자격을 심사하여 상위에 랭크된 사람만을 자살 가능하게끔 선정한다는 황당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따라서 자살하고 싶다면, 김대리 앞 순위 사람의 자살을 막아 열심히 살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연예인을 꿈꾸는 가수 지망생, 대출빚에 시달리는 직장인 등등 우울한 상황에 처해 자살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는 2009년을 기준으로 28.4명인데, 이는 33개 OECD 국가 중에 가장 많으며, 하루 평균 42.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입니다. 교통사고와 암(癌)을 제치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순위입니다. 특히 20대의 경우 사망원인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4.6%가 자살이었고, 30대(34.1%)와 10대(29.5%)에서도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어찌나 가슴이 답답하던지... 이 뮤지컬을 보면서 새마을 운동을 떠올린 것은 저 뿐일까요? 60~70년대의 '잘 살아 보세!' 라든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캠페인을 2시간 동안 관람한 느낌이었어요. 그 시대의 방식대로 '자살하지 말자' 라든지, '세상은 제법 살 만 해요' 등의 주입식 문구들을 나열하면, 사람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걸까요? 히융.... 자살을 막기 위한 뮤지컬이라니...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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