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말간 하늘빛을 닮은 정말 예쁘고 동그란 돌 두 개를 우연히 갖게 되었습니다. 그 색깔을 어떻게 형언할 수 있을까요. 하늘이 조금씩 녹아서 투명한 돌에 그 색이 물든 것 처럼 푸른 파스텔톤이었죠. 게다가 손에 쥐고 있으면 차갑지만 매끈하게 한 손에 잡히는 촉감이 너무 좋아서 마음까지 포근해졌어요. 가끔 그 돌맹이 두 개를 달그락 거리며 쥐고 있으면 지구의 한 조각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수백 수천년 전에 이 하늘색 돌은 광활한 지구의 어딘가에서 생겨났겠죠. 물론 지금은 제가 잠시 갖고 있지만 제가 죽고서도 수백 수천년동안 이 돌맹이는 또다시 영겁의 시간동안 아무렇지 않게 이 땅 위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다보니,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찌나 낯설게 느껴지던지... 이 세상에 온전히, 그리고 영원하게 나만의 것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나의 하늘색 돌, 나의 마음, 나의 몸, 그리고 나의 사랑조차도 애초에 나만의 것이란 건 없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너무 공허했습니다. 조금은 슬프고 우울해졌지요.

결국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언젠가 그것을 잃게 된다는 걸 전제합니다. 애초에 갖지 않았더라면 잃게 되지도 않았겠지만, 일단 가졌던 것들은 또 언젠가는 놓고 가야 하는 것을 배우는 게 인생이니까요. 슬프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오늘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원한 것이 없기에 오늘이 더 가치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이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수많은 것들을 떠올리다가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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