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는 게 무섭다는 걸, 최근에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조금만 무리해도 온 몸으로 여파가 있으니 말이죠. 딱 꼬집어서 어디가 아프고 어디에 탈이 나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피곤하고 힘들고.... 그래서 병원에 가면 그냥 잠깐 증상만 없애주고 다른 쪽으로 가보라는 식입니다.

 

눈이 퍽퍽해져서 안과에 가면 그냥 안구건조증이라고 하면서 누액을 처방해주고 끝 -_- 잇몸이 자꾸 부어서 치과에 가면 엑스레이 찍고 치아에는 별 문제 없으니까 이비인후과에 가보라고 하고 끝-_-;; 워낙 비염이 있어서 그런가 싶어서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도 받아봤지만 비염 외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하고, 몸으로 느껴지는 증상만 있다보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난감할 따름이었어요. 더욱 염려스러운 점은 몸이 피곤하다보니, 마음까지 우울해져서 그냥 나이 탓으로만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요. 

 

이 상황을 어쩌면 좋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있었습니다. 프랑스 어학연수 후에 불어 공부를 꾸준히 하기로 다짐하고서 2000년 무렵에 프랑스 잡지를 몇년간 구독했었는데 그 잡지가 바로 "Ça m'intéresse"였습니다. 이 잡지의 제목을 우리 말로 읽자면 발음은 "싸맹떼레쓰", 뜻은 "그거 흥미롭네요" 쯤이 되겠습니다. 프랑스에서는 꽤 유명한 잡지인데 정치, 시사부터 요리, 문화, 교양 등의 다양한 주제들을 불어로 읽어볼 수 있는 잡지라서 불어를 잊지 않기에도 좋았고요. 기사들도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어서 더더욱 좋았는데 그때 당시에 읽었던 수많았던 기사 중 하나가 떠오른 겁니다. 

 

(https://www.caminteresse.fr/)

 

한방치료를 다룬 특집기사였는데 현대의학의 대체 치료법으로 한방치료를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점은 우리가 '비과학적'인 것쯤으로 치부하던 침이나 뜸, 한약같은 동양의학을 프랑스인들은 꽤나 신뢰가는 새롭고도 안정적이며 통합적인 치료법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또 신기한 점은 한약의 약재들을 Herbe로 표현한다는 점이었어요. ("읭?? 허브라고???? 허브는 허브차를 부를 때나 쓰는 단어가 아니었나?? @_@??) 이후에 알게 된 것은 풀 뿐만 아니라 약용식물도 허브의 범주에 포함된답니다 ^^;;;

 

여하튼 평소에 한방치료를 자주 받던 편은 아니었지만, 몸을 생각해서 한의원을 다녀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한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더군요. 우선 포털 검색을 통해 수원이나 동탄에 있는 소위 용하다는 한의원부터 찾아 가봤는데, 나랑 맞는 곳을 찾는 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어떤 곳은 제 건강이나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듣지도 않고 비싼 약부터 권유하는 느낌이라 실망이었고, 너무 아프게 침을 놓는 곳은 제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의원들을 전전하다가 의외로 집에서 가까운 율전동에 있는 한의원을 가봤는데 개인적으로 이곳이 참 마음에 듭니다. 우선 제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요즘 이런 증상들이 왜 있었는지 의학적인 관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군요. 최근에 잇몸이 붓고 눈이 퍽퍽해졌던 이유도 제 체질이나 신체적인 상황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까지 해주시면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따뜻하게 조언해 주셨습니다. 여자 원장님이셔서 더 마음 편하게 진료도 받을 수 있었던 점도 저랑 잘 맞았고요. 침 맞을 때에도 별로 안 아픈데도, 침 맞고 나서 최근까지 허리 아팠던 게 신기하게 확 좋아졌어요.

 

몇번 진찰 받고나니 믿음이 가서 한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서 착합니다. 약재들을 직접 다 달인다고 하시던데 악재 사진까지 찍어서 복용방법까지 편지로 함께 보내주시니 더욱 믿음이 가네요. 한의원 이곳 저곳 찾아 다닐 때에 어떤 한의원에서 녹용 들어간 비싼 약 먹으라고 했던 적이 있어서, 그것도 여기 한의사님께 슬쩍 여쭤봤더니 제 체질이나 증상에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하시면서 체질에 맞는 치료약으로 처방해주셨고요.

 

신기하게 이 한의원 다니면서부터 컨디션이 좋아지니 기분까지 나아졌습니다. 게다가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든 약이 아니라, 몸에 좋은 약초를 달여서 먹는 것으로 몸의 기운을 좋게 만든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또다른 개념의 그린컨슈머(green consumer)가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습니다. ^^

 

한의원 가는 날이면 그 근처에 있는 종로떡집에서 사먹는 꿀떡도 요즘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입니다. 여기 율전동 근처에 맛집이 많아요 ㅋㅋ 지금까지 한의원을 이곳 저곳 다녀봤지만, 이만한 곳은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지난 번에는 어떤 할머니가 빵 사먹으라고 수납하는 분께 오천원 주시는 것도 봤어요 ㅎㅎㅎ 

 

 

P.S. 너무 마음에 드는 곳이라서, 가는 분들이 많아지면 지금처럼 마음 편하게 진료 받기 힘들까봐 한의원 이름을 적을까 말까 망설였는데 -_- 그래도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좋은 정보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적습니다. 율전동에 있는 성균관한의원입니다.

 

덧글. 참고로 제 돈 주고 다닌 후기입니다.

 

덧글2. 더이상 한의원 어디냐고 묻지 마세요. 위에 적어 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