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와 한참 수다를 떨다가 '다이어트 비법'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8kg을 뺀 그녀의 성공담에 따르면 첫달에는 쉽게 빠지던 몸무게가 두번째 달, 세번째 달에 접어드니 쉽사리 빠지지 않고 아무리 죽어라 운동하고 식사를 조절해도 열흘동안 체중계 바늘이 꼼짝을 안하더랍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들은 누구나 하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단박에 늘지 않는 영어실력, 잘해보려 애써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 인간관계, 매일 그 자리인 연봉, 기타 등등!! "이런 노력이 쌓여가면 분명히 변화할거야" 라든가 "이 코너만 돌면 행복이 나를 기다릴거야" 같은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름대로 용을 쓰고서 그 다음날 '인생의 저울'위에 올라서서 현재의 무게를 재보지만, 바늘은 꼼짝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임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겠지요. 어지간한 에너지가 모이지 않고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인생의 임계점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데에 있습니다. 다이어트 때 살이 빠지는 주기는 열흘이라고 하지만, 인생의 변화 주기는 당최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싸늘한 비관주의? 무작정 희망갖기? 시크릿의 원리를 이용한 유인력? 막연히 다 잘 될거라는 희망이 우리를 과연 구원해줄 수 있을까요?

베트남에 참전했던 스톡데일 장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분은 베트남군에게 포로로 잡히고서 주위의 많은 미군들은 고통스러운 포로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해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없던 동료들이 포로 생활을 견디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겠죠.  그런데 특이한 점은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던 동료들 역시 살아남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거야",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나갈 수 있을거야" 이런 기대들을 막연히 품고서, 그 바람이 한번씩 좌절될 때마다 그들은 더욱 절망했고 결국 삶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이름하여 "스톡데일 패러독스"입니다.

앞날에 대한 희망을 품되, 현실을 냉철히 직시해야만 이 전쟁같이 험난한 세계를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얼마 전 저는 5년 전에 극복하고자 했던 내면의 벽과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그 벽으로부터 도망치기 급급했으나, 이젠 현실을 직시하니 오히려 두려움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다 잘될거라는 막연한 기대 따위는 하지 않으려니와 스스로를 원망하나 슬퍼하지도 않을 작정입니다...당장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이 고통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어요.

저는 지금 혼자만의 임계점을 넘고 있어요. 물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지는 못할테지만 조금은 내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결론은 간단합니다. 내 인생의 바늘이 꼼짝하지 않을지라도, 결단코 여기서 포기하지는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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