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가 자궁암에 걸렸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그 어린이의 부모님이 주유소와 같은 곳에서 받은 광고용 휴지를 화장실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일부의 저가 화장지에는 휴지를 하얗게 보이기 위해 "형광증백제"라는 물질을 사용하는데, 이 물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자궁암 괴담의 사실 여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형광증백제의 유해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논란이 있지요. 한번 형광증백제에 대해 들여다 봅시다.

1. 형광증백제란 무엇입니까?
형광증백제(螢光增白劑, Fluorescent Whitening Agent)는 태양광선 중 자외선부분의 불가시광선을 형광작용에 의하여 가시부분의 청색 광선으로서 반사케 하여 원단의 백도를 더욱 나타나게 하는 염료의 일종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흰색을 더욱 밝고 희게 보이게 만들어 주는 염료라는 것이지요. 화학구조에 따라 스틸벤디설폰산(stilbenedisulfonic acid), 쿠마린(Cumarin), 피라졸(Pyrazoline), 나프탈이미드(Naphthalimide), 비스벤족사졸릴(Bisbenzoxazolyle)유도체 등으로 나뉘구요. 형광증백제로 처리된 섬유는 청색이 보완되는 동시에 전체의 광량이 늘어남으로서 희게 보입니다. 형광 증백제는 목면용, 양모용, 합성섬유용 등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각각 적합한 형광 증백제가 따로 있지요. 형광표백제로도 불리는 형광증백제는 제품을 하얗게 보여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섬유, 펄프, 합성수지, 세제에 이용됩니다. 자외선을 흡수하여 자색 계통의 형광을 발하고 누렇게 변색하는 것을 없애주니까요. 이러한 형광증백제는 전 세계적으로 약2,500여개의 상품명으로 제조 판매되며 그 용도는 다양합니다.

2. 형광증백의 원리가 궁금합니다.
형광증백제는 자외부의 빛을 흡수하여 보다 긴 파장의 자청색이나 청록색의 가시부에 형광으로 발하는 물질을 일컬어 형광증백제라고 서두에서 설명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섬유제품의 경우에는 가시부에서 약간의 흡수가 일어나 엾은 황색을 띄는 것을 흰색으로 증백하는 것이 보통인데, 즉, 이 황색의 흡수분을 형광 발광이 보강되면 종래의 청색을 보다 그 형광분 만큼 더 빛을 발하여서 천의 색을 희게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형광증백 이외에도 섬유, 종이 및 펄프 등의 섬유류를 희게하기 위하여 Bluing이라는 처리를 하는데 이것은 청자색의 염료를 극히 담색으로 염색함으로서 장파장측의 반사율이 떨어져서 가시부 전파장에 걸쳐 반사율이 거의 균일하게 됨으로써 사람의 눈에 황갈색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 즉 희게 보이는 효과를 주는 것 입니다. 그러나 Bluing처리는 희게 보이는 효과는 있지만 약간 회색화 되는 것은 줄일 수 없습니다. 이에 반하여 형광 증백은 형광에 의하여 단파장측의 반사율이 향상되어 가시부 전영역에 걸쳐 반사율이 균일화 되어 있으므로 Bluing 처리에 비하여 증백 효과가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형광증백제는 Bluing과는 다르게 자외선을 흡광하고 흡광한 에너지의 일부를 바로 토해내는데 이 에너지가 푸르스름한 빛을 냅니다. 파장이 짧은 빛을 흡수하고 흡수한 에너지의 일부를 시간차없이 파장이 긴 빛으로 토해내는거죠. 이게 바로 형광입니다. 이 빛으로 인해서 대상이 더 하얗게 보이게 합니다.

3. 형광증백제의 종류를 알려주세요.
형광증백제에는 제지용 형광증백제와 섬유용 형광증백제, 세제용 형광증백제 등이 있습니다. 제지용 형광증백제는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초지용(Internal, size press:전분)과 표면 coating(Latex, Casein등)으로 분류하여 적용할 수가 있습니다. 섬유용 형광증백제는 피염물의 종류에 따라 Cotton, Rayon, Nylon, Polyester용으로 분류할 수가 있습니다.

4. 형광증백제는 표백제와 똑같은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서로 다릅니다. 섬유가 가지고 있는 색소를 분해하여 섬유를 보다 희게 만드는 공정을 표백이라고 합니다. 원료섬유 뿐만 아니라 백색 의복이 심하게 오염되었을 때에는 세탁만으로는 순백으로 돌아가지 않는 수가 있으며 또 착용과 세탁을 되풀이하는 동안 의복 전체가 점차 회색이나 황색을 띠는 것이 보통이지요. 이런 때에는 의복의 백색을 되찾기 위하여 표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착색된 옷감이나 옷을 표백한 후에도 섬유가 엷은 황색을 띠는 경우가 많구요. 그래서 이러한 황색을 없애고 보다 희게 보이기 위해서 증백을 하게 됩니다.

1774년 스웨덴의 화학자 카를 빌헬름 셸레가 염소를 발견하고 1785년 프랑스의 화학자 클로드 베르톨레가 염소의 표백성질을 증명할 때까지 주요표백제는 햇빛이었습니다. 1799년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찰스 테넌트가 도입한 염소와 소석회를 결합해 만든 표백분은 그 후 천과 종이를 표백하기 위해 대량생산되었다고 하구요. 이것은 염소와 같은 효과를 지녔으며 더 쉽게 취급 및 수송할 수 있으나 불안정하고 상당 부분의 비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표백분은 1920년대까지 계속 표준 표백제로 사용되었으나, 그 후 액화염소와 하이포아염소산나트륨 용액으로 점차 대체되었지요.

표백제에는 산화형과 환원형이 있는데, 산화형에는 염소계 표백제와 산소계 표백제가 있습니다. 염소계 표백제로는 다들 잘 아시는 락스가 있습니다. 곰팡이 제거나 청소용도로 사용되는데 강력한 표백, 살균 작용을 합니다. 의류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산소계 표백제이고, 주성분은 과탄산나트륨입니다.

5. 인체에 유해한 것 맞습니까?

이 포스팅을 올리면서 제일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근거없는 공포감 조장만큼이나 나쁜 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형광증백제에 대한 포스팅이 더 늦어진 감이 있고, 아직도 유해성 여부에 대해 100%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정확한 임상학적인 근거를 갖고 계시다면 공유해 주세요.) 하지만 테프론 코팅이 그러했듯 특정성분의 유해성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상당시간이 걸릴테고, 그때까지 무작정 안심하고 쓰자고 할 수는 없지요. 그러니 여기부터는 개인적으로 판단하셔서 결정하실 부분입니다.

형광증백제는 오래 접촉할 경우 각종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종이컵 등의 위생용기는 식품위생법 등을 통해 규제하고 있습니다. 법 제15조(규격 및 기준) 위반 시는 1차 개선명령, 2차 영업 정지 7일, 3차 영업 정지 15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해요. 이외에도 형광증백제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주장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들 형광증백제가 발암성분이며, 아토피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유발시키는 원인물질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형광증백제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을경우 장염이나 소화기장애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주부습진, 알레르기성 반응, 가려움, 살까짐등의 피부증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형광증백염료의 특성상 세탁에 의해서 염료의 탈락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형광증백처리가 된 행주를 예로 들어볼까요? 뽀얗고 희게 보이기 위해 형광증백처리된 행주로 그릇을 닦으면, 형광증백제가 그릇에 묻는다는 의미입니다. 살짝 의심스러운 이 성분이 입으로 들어가는 걸 원치는 않으시겠지요? 어린아이들의 옷을 세탁할 때 사용하는 세제 중에도 이 형광증백제가 사용되는 제품들이 있는데, 뭐든 쉽게 입에 넣는 아기옷에 과연 안심하고 사용해도 될까요..? 이것은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6. 형광증백제가 들어있는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예방법을 알려주세요.
앞에도 설명드렸지만, 곳곳에서 이 형광증백제는 폭넓게 사용됩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A4용지에도 들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피부에 접촉이 많은 제품들은 되도록 피하는 게 좋겠지요. 우리가 조금 편하게 생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각종 일회용품들에 이 형광증백제가 상당량 들어가 있습니다.

물티슈 ▶ 탈지면에 끓인물을 부어서 만들어 사용해도 되구요. 판매되는 물티슈들 중에도 유심히 살펴보시면 "무형광증백제/무포름알데히드" 와 같이 명시된 제품들이 있습니다.
화장지 ▶ 요즘은 형광증백제 처리가 되지 않은 제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전 천연펄프100%인지 확인하는 편입니다. 홍보용으로 나눠주는 휴지들도 마구 받아서 사용하지 마세요. ^^;
면   봉 ▶  중국산 면봉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시죠? 이것도 무형광증백제임을 명시하고 있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되도록 덜 쓰고, 꼭 써야한다면 현명하게 소비하자구요.
세   제 ▶ 100%식물성 천연세제를 선택합니다. 흰옷은 희게..이런 말들이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락   스 ▶ 하얀옷을 삶을때 천연세제를 넣고 계란껍질이나, 설탕을 한스푼 넣고 삶아줍니다.
기저귀 ▶ 천기저귀를 사용하세요. 화학세제를 사용할경우 다시 형광증백제가 생겨 피부염을 발생시킬수있기때문에 세탁할때에는 천연세제를 사용합니다.
생리대 ▶ 자궁의 물혹과 생리통의 원인으로 꼽히는 생리대..천으로된 대안생리대나 천연펄프로 만들어진 생리대를 사용하며 기저귀와 같이 천연세제를 이용해 세탁합니다. (100%천연펄프 생리대 바로가기)
식당물수건 ▶  가급적 식당물수건은 사용하지 마시고, 화장실에서 직접 물로 씻으시길 권장드립니다.
하얀색행주 ▶  직접 천으로 만들어서 사용해도 되고, 요즘 형광증백되지 않은 행주들이 나오니까 사용해 보세요. (무형광증백제 행주 바로가기)
흰색 의류 및 흰 수건 ▶ 약간 뜬금없게 느껴지실테지만, 옷을 오래 입는 것도 자연보호이자 스스로를 위한 웰빙입니다. 말씀드렸듯이 형광증백제는 세탁시 조금씩 떨어져 나갑니다. 새옷을 너무 좋아하지는 마세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 지키며 사나요? 뭘 말하고 싶은거죠?
1회용품 사용을 줄이거나 에너지를 절약하는 그린컨슈머는 결코 남을 배려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작은 차이 하나가 환경과 생태계는 물론 나 자신의 건강을 지킨다는 것이죠. 1회용품 사용을 줄이면 국민 사망률 1위 질병인 암(癌)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종이타월이나 식당의 냅킨, 나무젓가락 등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1회용품에는 더 하얗고 깨끗해 보이기 위한 형광증백제가 다량 함유된 경우가 많아요. 

세탁세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도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세제는 빨랫감의 기름때를 감싼 뒤 다시 물과 섞여야 제대로 헹궈지는데 세제를 너무 많이 풀면 오히려 물과 섞이지 못해 세제 찌꺼기가 남게 됩니다. 이 찌꺼기는 결국 세제로서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일부는 다시 옷감에 스며들어 헹궈도 빠지지 않게 되구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옷감에 스며들어 헹궈지지 않은 세제가 아이들의 민감한 피부에 닿을 경우 아토피가 생길 확률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심지어 치아를 하얗게 보이게 하는 증백제를 쓰면서 충치를 예방한다고 과대기재하다 적발된 치약업체도 있었지요.

아직도 눈부시게 빛나는 흰색이 좋아 보이시나요? 그 찬란한 눈속임에 속지 마세요.


참고자료: 의류제품관리/이정주/신광출판사
염료화학/김공주/대광서림
두산백과사전
위기탈출넘버원 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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