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친환경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소매점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친환경 식품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보니 이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래서 미국에 방문한 차에, 뉴욕에 위치한 친환경마켓 두 군데를 다녀 왔습니다. 홀푸드마켓 (Whole Foods Market)과 트래이더조 (Trader Joe's)! 오늘은 우선 홀푸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홀푸드는 로하스 열풍이 불어오기 전부터 시장을 개척했고 현재는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1980년 텍사스의 작은 매장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미국 및 영국에 310여개 매장을 가진,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자연 및 유기농 식품업체로 성장했지요. 일반 식료품점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긴 하나,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육류만을 판매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만을 다룸으로써 오늘날 웰빙을 추구하는 중상류층 마켓을 잘 공략했다고 보입니다.

사실 이곳 매장에 방문하기 전까지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기껏해야 과일, 채소, 곡류, 고기같은 먹거리를 판매하는 식료품 가게일텐데 제품의 카테고리나 생산업체들도 너무 한정적이지 않을까? 실제로 가보니 제 예상을 간단히 깰 정도로 매장이 어마어마한 규모더군요! 유기농 과자, 유기농 캔, 유기농 냉동식품, 유기농 샐러드 팩, 치즈... 그리고 유기농로션, 색조화장품, 변기뚜껑, 손톱깎기......듣다보니 살짝 이상하시죠?! 아니 색조화장품이나 변기뚜껑, 손톱깎이 같은 것들이 어떻게 친환경제품이냐고 물으실 겁니다. 저도 립스틱 제품 뒷면을 한참 들여다 봤거든요. 색조화장품이 거기에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어떻게 그런 품목들이 친환경적으로 제조되나 싶어서요.^^; 하지만 홀푸드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은 단지 친환경 먹거리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식품 이외에도 일반 경쟁마켓들과 동등한 다양한 공산품들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친환경용품에 관심있는 소비자들이 한번에 원하는 쇼핑을 마칠 수 있게끔 다양한 제품들을 제공하더군요.  

게다가 제조회사들이나 유기농제품들의 종류가 어찌나 다양한지 보고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유기농 브랜드들이 어쩜 그렇게 다양한지요. 게다가 아이들이 먹는 과자나 젤리같은 주전부리 조차도 유기농마크를 달고 있고, 보통 몸에 유해하다고들 이야기하는 캔 이유식도 유기농으로 제조되었다고 적혀 있더군요. 웰빙은 대개 힘들고 어렵고 귀찮고 맛없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면 시장은 자연히 커지고 다양한 방법들을 찾게 되나 봅니다.   

저는 이곳 매장에서 몇 가지 식료품과 함께 홀푸드 마크가 새겨진 초록색 천가방을 구입했는데요. 이 가방에는 작은 글씨로 몇가지 안내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이 가방은 재활용된 천으로 만들어졌다는 점, 쇼핑 시 가방을 가져오면 10센트를 할인해 준다는 점, 가방을 사용하면 쓰레기 감소에 일조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고객들에게 환경보호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지요. 홀푸드는 지속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유기농업을 지원하며, 재생 자원을 활용한 공산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수익의 5% 이상을 비영리단체 및 다양한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마케팅 전략에 놀랐습니다. 매장의 고급스러운 노란 조명과 넓은 공간, 깨끗한 시설, 그리고 환경을 위해 애쓴다는 이념을 담은 문구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고객들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사회를 위해 선행한다는 도덕적 만족감을 중상류층 고객들에게 주었고,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홀푸드는 부쩍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홀푸드의 그린마케팅은 일종의 거대한 스토리텔링이었던 셈이죠. 홀푸드는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것입니다. 웰빙과 로하스의 가치를 인식하고 체험하고자 하는 지적 욕구,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자 하는 생존의 욕구, 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과시 욕구, 그리고 환경보호에 일조하고 싶어하는 도덕적 욕구까지...이 모든 욕구에 대한 해답을 홀푸드는 자신들의 기업이념이나 마케팅 기법에 녹여 다양한 이야기들로 잘 포장한 다음 고객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한 것입니다.

(친환경마켓 방문기 2탄 Trader Joe는 다음 기회에!) 

P.S. 본문에서 이야기한 유기농 젤리 말입니다요. Annie's에서 나온 토끼모양 젤리를 사왔는데, 별로 제 입맛엔 안 맞았어요. 쫄깃쫄깃한 느낌이 별로 없더라구요. ^^;;; 한 두개씩 집어 먹다보니 은근히 땡기는 맛이 있긴 하지만, 간식은 살짝 불량한 식품들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기묘한 심리는 뭘까요??!!

참고자료: http://wholefoodsmarket.com/

미국의 자연식품 슈퍼마켓 중 하나인 Whole Food는 가격이 너무 비싸 사람들이 Whole Food가 아니라 Whole Paycheck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한마디로 급여를 죄다 들이 부어야 거기서 사먹는다는 소리겠..죠....??? 하.하...하...우리나라에도 이제 환경에 대한 관심, 웰빙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접하게 될 것 같네요. 아래 내용은 게리 허멀이 지은 [경영의 미래]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홀푸드 - 목적에 충실한 커뮤니티를 만들다

홀푸드의 비즈니스모델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 고객들은 몸과 환경에 좋고 맛있는 음식들에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란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존 매케이는 텍사스 주 오스틴에 자연식품 슈퍼마켓 중 하나인 홀푸드 내추럴마켓을 오픈한 이후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쓰는 구매자에 초점을 맞춰왔다.

처음부터 그의 목표는 주요 고객에게 재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연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홀푸드는 유기농식품과 지속가능한 농업에 집중했고, 이는 그 어떤 경쟁자와도 다른 방식이었다. 홀푸드의 상점들은 고객들이 쇼핑하는 게 허드렛일이 아니라 새로운 요리를 위한 모험처럼 느낄 수 있도록 진열대를 구성했다. 홍보나 가격인하를 통해 경쟁하는 기존 라이벌과 다르게 홀푸드는 진짜 신선하고 친환경적인 식품에 더 높은 가격을 부과했다. 일부 비평가들이 '홀푸드'를 'Whole Paycheck(급여만큼 비싸다는 뜻)'으로 개명해야 한다고 비난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비난들에도 아랑곳없이 홀푸드는 건강을 위해 선택하는 식품업체가 되었다. 식품업계의 스타벅스가 된 셈이다.

오늘날 홀푸드는 194개의 점포룰 운영하고 1년에 거의 60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내고 있다. 이를 1평방피트당 수익으로 측정하면, 미국 식품산업 중 최고를 기록한다. 홀푸드는 또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인 기업일 수밖에 없다. 1992년 기업공개 이후 15년 동안 주가가 거의 3천 퍼센트 가까이 오르면서 식품업계 경쟁자에 비해 매우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경영혁신가를 위한 조언

1. 원칙이 중요하다

홀푸드 특유의 경영 시스템은 독특한 경영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랑, 커뮤니티, 자율, 평등주의, 투명성, 사명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홀푸드는 이러한 도전적인 원칙을 경영 프로세스와 연동시켜왔다. 이를 통해 활기가 넘치는 팀원들의 일상을 배려하고 있다. 이런 광범위하고 진화된 경영시스템은 단숨에 생겨나는 게 아니다. 또 벤치마킹한 다른 산업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거창한 원칙들을 직원들의 일상 활동에 투영시키는 것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 경영이론을 혼란에 빠뜨리고 생산성을 떨어뜨리거나 대혼란을 유발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홀푸드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했고 결국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다.

2. 경영혁신의 가장 큰 장애는 과거의 경영방식이다

매케이는 비록 텍사스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MBA와 같은 경영관련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한물간 비즈니스이론이나 전통적인 경영비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다. 오히려 그런 점이 그를 진부한 비즈니스모델로부터 벗어나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발명할 수 있게 했을지 모른다. 물론 홀푸드가 당신 회사와 완전히 다르다거나 오랜 시간 유효성이 입증된 경영방법 모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경영 지혜를 가져오기 전에 "우리 고유의 가치와 사명이 일치하는가?"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매케이  거의 광기에 가까운 그의 열정과 직장 내 경영에 관련한 교육을 통해 신성시된 기존 경영에 도전했고 결국 이를 뒤엎었다. 실제로 홀푸드의 임원진은 이렇게 말했다.

"매케이는 관리자가 아니다. 그는 무정부주의자다."

3. 경영혁신이 경지에 오르면 상충관계도 해결된다

홀푸드는 여러 방면에서 상충관계에 있는 원칙들을 조화롭게 잘 활용할 줄 아는 회사다. 자유와 책임, 커뮤니티와 경쟁, 사회적 사명감과 고수익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원칙들 간의 긴장상태를 조심스럽고 훌륭하게 조율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바로 홀푸드의 성공 핵심이다. 책임은 자치권을 가진 각 팀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또 내부경쟁은 강한 커뮤니티 의식이 자기만족으로 변질되지 않게 한다. 그리고 뛰어난 재무 결과는 대부분의 비영리 조직들이 갖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효과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들은 자주 기업 내 어려운 상충관계를 회피하려고만 든다. 그래서 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숫자로 경영상의 목적이나 목표를 알려주는 측정지표나 프로세스, 의사결정 규칙 등을 도입해 사용한다. 전통적으로 일반 기업에서는 단기계획이 장기계획을 이기고, 원칙은 혁신을 압도하며 내부경쟁은 협동을 몰아낸다. 이에 반해, 매케이처럼 성공적인 경영혁신가는 양립할 수 없는 상충관계를 융합해 양쪽의 이점을 취하는 방법을 찾는다.

- 게리 허멀 [경영의 미래] 본문 중에서
홀푸드 홈페이지 : http://www.wholefoodsmark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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