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키우고 있는 홍페페 화분에서 갑자기 껑충하게 가지가 웃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쓸데없이 허공을 향해 비쭉 자라다니, 내 방 햇살이 부족해서 이러나 싶기도 하고 화분에 영양분이 부족해서 이럴까 싶은 마음에 과감하게 잘라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야메 조경사의 "수술"을 필요로 하는 다른 식물은 없나 싶어서 그 옆에 있는 화분들도 유심히 관찰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 옆의 트리안 화분에도 웬 별모양 젤리같은 흰색 물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겁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 두 가지 식물에 대해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놀라운 것을 알게 되었죠. 홍페페의 저 높다랗게 자란 것은 가지가 아니라 바로 '꽃'이었고, 트리안에 매달린 저 흰색 별모양 젤리는 바로 트리안 '열매'라는 것을요. 하마터면 홍페페의 꽃을 웃자란 가지로 알고서 싹둑 잘라버릴 뻔 했고, 그 옆의 트리안 열매는 특이한 '물체'로 오해할 뻔 했지요.

우리 인생도 가끔 밋밋한 '꽃'을 피우거나 기묘한 모양의 '열매'를 맺게 될 때가 있습니다. 도저히 예쁜 구석이라고는 안 보이고 꼬불꼬불한 가지의 연장선 쯤으로 보이는 초록색의 개화... 그리고  긴 노력과 기다림 끝에 나온 결과물인데도, 타인의 눈에는 조금 우스운 별모양 열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해도 우리 자신은 알고 있습니다.  스스로 노력했던 그 과정을,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그래서 지금 남들은 알아주지 않는다해도 내 자신이 지금 꽃 피우고 있으며, 또 근사하게 열매 맺고 있다는 것을요. 남들 눈에 덜 화려해도, 좀 밋밋해도, 약간 우스꽝스러워도 상관 없어요.  스스로 신념을 잃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화무십일홍이라 여느 화려한 꽃들은 열흘을 넘기기 힘들던데, 홍페페의 초록색 꽃은 벌써 한달이 넘도록 생생한 모습을 뽐내고 있습니다. 너무 밋밋해서 보잘 것 없는 나의 오늘도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찬란한 꽃이고 열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P.S. 혹시 저 홍페페의 인생 모토는 이런게 아닐까요? "(여러모로) 가늘고 길게 가쟈~!"

흐음.....이누무 자슥........너..................뭘 쫌 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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