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이 예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마중물"도 제가 무척 예뻐하는 단어죠! 마중물이란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 을 뜻합니다.  오는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나가는 것을 마중이라고 부르잖아요. 마중물은 시원한 물을 맞이하기 위해 부어야 하는 한 바가지의 물인 셈입니다. 

어릴 적에 시골의 친척 댁으로 놀러가면 앞마당에 작은 펌프가 하나 있었어요. 집에서 못보던 펌프에 호기심이 생겨 그 손잡이를 붙잡고 열심히 위 아래로 휘저어도 소리만 요란할 뿐 물은 잘 나오지 않더라구요.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마중물이었습니다.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 오히려 물을 부어야 한다는 게 어린 마음에 너무 신기했습니다.

마중물 효과 [pump effect 유수효과]는 경기가 침체된 상태일 때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제에 자극을 주면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 정부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경제가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된다는 것인데요. 국가가 일시적으로 재정지출을 증대시킴으로써 고용과 소비, 민간투자가 창출되고 경기의 자율적 회복이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마중물효과는 꼭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펌프질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소리는 요란한데 아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어라랏. 이상하다. 지난 번에는 그냥 열심히 휘저었더니 분명 물이 나왔는데 왜 이러지? 펌프질 속도를 높이고 팔이 떨어져라 더욱 열심히 펌프질을 해봅니다. 이제는 펌프에서 쿨럭 소리가 나고 물이 콸콸콸 나올 법도 한데 삐그덕 소리만 요란합니다.

이 때가 바로 인생의 마중물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부어야 합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적당히 투자를 해야 하구요. 존경을 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경해야죠. 내가 끌어 당기고 싶은 것들을 맞이하는 방법은 먼저 베푸는 것입니다. 하지만 먼저 준다는 게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인데, 내가 갖고 있는 한 바가지의 목숨같은 물을 펌프에 부을 수 있나요? 기껏 물을 부었는데, 그게 고장난 펌프면 우째요???

그게 두려우시면, 그냥 물 한 바가지만 붙잡고 있다가 탈진하여 쓰러지는거죠. 용기를 가지고 우선 시도해 봐요! 정말 고장난 몸쓸 펌프인지, 아니면 소중하고 가치있는 펌프인지 검증할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마중물을 부어 최선을 다 해 물을 길어 보는거죠! 그 까/이/꺼/ 해 보고 안 되면 다른 펌프를 찾아보면 됩니다. "희망"이라는 이름의 마르지 않는 마중물이 당신에게 남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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