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강진의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며, 설상가상으로 방사능 유출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재난 영화보다 훨씬 더 무섭고 절망적인 상황이지요. 이번 재난의 피해로 세상을 떠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빠른 재건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넘실거리는 쓰나미가 산처럼 밀려와 마을을 집어 삼키는 장면을 9시 뉴스에서 보면서 문득 저는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혹시 지구의 보복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환경을 파괴시키고, 대지 위에 전쟁 무기들을 무자비하게 투하하다 보니 지구의 보복으로 이런 자연재해가 늘어나게 된 것은 아닐지 의구심을 품어 본 것이지요. 한참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저 역시 가이아 이론의 추종자가 될 지경입니다.

가이아 이론(Gaia 理論)은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주장한 가설로, 1972년의 짧은 논문 〈대기권 분석을 통해 본 가이아 연구〉에 이어 1978년 저서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소개되었습니다.

가이아(Gaia)란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부른 이름으로서, 지구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말이죠. 이것에 착안해서 러브록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신성하고 지성적인 즉, 능동적이고 살아 있는 지구를 가리키는 존재로 가이아를 사용했어요. 가이아 이론은 지구를 단순히 기체에 둘러싸인 암석덩이로 생명체를 지탱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명체이자 유기체임을 강조합니다. 가이아 이론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 현상과 최근의 지구환경 문제와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았으며, 환경주의와 관련해서는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정말 어쩌면 지구는 일종의 생명체로서 능동적인 존재로 살아 있는 유기체일지도 모릅니다. 지구를 거대 생명체로 보고, 지구가 자기 존재의 합목적적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는 이 서정적인 이론은 기존 과학계에서는 비웃음을 사고 있으나 일반인인 제게는 묘한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오늘날 지구의 환경 대재앙은 가이아가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복수극이라니 상당히 공포스럽기는 해도 그럴싸하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되었건, 혹은 절대적 존재인 신이 되었든 그 엄청난 존재가 인간에게 분노하여 징벌한다는 식의 접근은 정말이지 *너무* 위험합니다. 인류가 A라는 죄를 지어서 B라는 벌을 받는다는 것은 누가 판단할 수 있나요? 창조주 이외에 그 누가 죄와 벌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자연 재해가 *죄에 대한 징벌*이라는 식의 접근은 여러 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섣부른 "인과 관계 규정"은 일부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너희들의 이러 이러한 잘못이 스스로에게 재앙을 불러왔다"는 식으로 규정하여 피해자를 가해자로 비난하는 동시에 자신의 행위나 사상을 정당화시킵니다. 정말 잔인하고도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논리는 신과 인간의 관계를 거래적인 것으로 전락시키는 우를 범합니다. 왜 그분을 치사한 장사꾼 또는 치졸한 쫌팽이 쯤으로 간주하려 하는지 답답하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자연은 값없이 희생하고도 한없이 우리에게 내어 주지만, 동시에 태풍이나 지진,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 재해로 우리의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앗아 가기도 합니다. 그러한 자연 현상들은 지구의 탄생부터 반복되어 왔던 일입니다. 이러한 자연 현상들이 지구의 보복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마 우리가 자연에게 그간 자행해 온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겠지요. 우리가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나머지 "도둑이 제 발 저리는" 현상을 겪는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지진이 왜 생겨났는지 이유를 따지기 보다 우리가 스스로를 비춰보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요? 인류가 지금 올라타있는 현대 문명은 흡사 인도 신화 속에 나오는 "자간나트의 마차"와 같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며 부딪치는 모든 것들을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그 마차 위에 올라 탄 우리는 조금씩 눈뜨고 있습니다. 이 마차가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나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는 걸 말이죠. 당신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각성하기 시작했다면, 자신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시작할 때입니다. 종이컵 덜 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세제 덜 쓰기...너무 뻔하고 흔하다구요? 뭐 어때요.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잖아요? ^^

P.S. 저는요. 죄책감 마케팅이 참 싫어요. 무슨 소리냐 하면, 환경을 그냥 사랑하면 되지 괜히 '너 땜에 이렇게 되었어! 부르르" 뭐 이런 식으로 죄의식을 증폭시키는 것들이 싫더라구요.... 그냥 지금까지는 먹고 살기 힘들었던 거니까, 60년대 70년대 그때엔 그 외에 다른 답이 없었던 것 뿐이죠! 앞으로 노력하면 되요. 즐거운 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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