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의 방문자 분들은 유기농 제품이나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겠지요. 그럼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몇가지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유기농 농산물은 모든 이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일까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으로만 가는 자동차보다 환경에 무조건 좋은 것일까요? 천연펄프 100%로 된 생리대는 환경에 무해한가요?....

이 블로그에 간간히 유기농에 대한 글들을 올리다보니, 관련 서적이나 신문 기사들을 챙겨 읽게 되었고 제겐 묘한 의구심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때면, 제 도덕적 소임을 다하는 것 같은 으쓱한 기분도 살짜쿵 느꼈더랬지요. 하지만 이제와서 솔직하게 털어 놓자면 위에 적어 놓은 세 개의 질문 중 어느 하나에도 자신 있게 'Definitely, yes'라고 답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시험볼 때에도 사지선다 문제에 '무조건, 항상, 반드시' 등의 말이 들어가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잖아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대다수의 우리는 빠르고 편안하게 사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서 '진정한 친환경'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환경 사랑을 실천하려면 좀 더 느리게 사는 삶을 택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봐욧!! 빠르고 편하게 살면서도 난 진짜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어욧! 어제 유기농 채소를 마트에서 구입했다구요~!] 조금은 더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고 환경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으셨겠어요. 그런데...음..음...조금 슬픈 소식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유통업체에서 파는 유기농 채소는 상업적 목적, 즉 판매을 위해 키워진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비료가 뿌려진 영양과잉 상태의 토양 위에서 자라게 됩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보통 무농약 3년, 전환기 유기농 2년 등의 기나긴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의 농가소득 손실을 메꾸려면 농민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농산물을 수확해야 합니다. 따라서 농부님들은 유기비료를 열심히 주게 되는데, 화학비료와는 달리 유기비료는 정해진 정량이 없고 농부님의 직감으로 다량의 비료를 투여하게 되지요. 과도하게 비옥해진 땅에서 자라난 채소들은 초산성질소 과다상태가 되며, 이 물질은 많이 섭취할 경우 발암물질을 만드는 등 몸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또한 가축의 배설물로 유기비료를 만드는 경우 가축의 사료에 들어간 항생제가 배설물에 남아 문제가 된다고도 합니다. 결국 항생제 뿌린 밭에서 키운 농산물을 먹게 되는 셈이니까요.

[왜 이래요~먹는 건 어떨지 몰라도... 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면서 기름값도 아끼며 환경도 보호했고 게다가 빠르고 편하게 출퇴근했는걸~?]이라고 항변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 분들께도 슬픈 소식을 잇따라 전해 드립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합쳐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 사랑의 일등 공신으로 추앙받는 차세대 자동차라는 걸 저도 압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니까요! 그런데 일부에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배터리 폐기물이 자동차 배기 가스보다도 오히려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거참! 그럼 농약 뿌린 야채 먹고 가솔린 자동차 펑펑 끌고 다니며 더 이상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지 말란 건가요? ] 에이 무슨 서운한 말씀이세요. 전혀요! 여러분이 유기농채소를 구입하신 덕분에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물들었던 땅이 조금씩 되살아 나고 있어요!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신 덕택에 더욱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고, 아마도 자동차 배터리 폐기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방법들도 여러모로 강구되고 있겠지요!

게다가 이 장황하고 재미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는 정성을 기울이신 것으로 보아 당신은 진심으로 환경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그런 당신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을 조금 바꾸고, 템포를 약간만 늦추자는 겁니다. 유기농 채소가 위험할 수 있으니, 편하게 농약 뿌린 채소를 먹자는 게 아닙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건강한 방식으로 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은 자연재배 채소를 조금씩이라도 직접 키워보자는 거에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환경에 꼭 좋은 것은 아니니 가솔린 자동차를 쓰시라는 게 아니구요.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겠지만,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지 말자는 게 결코 아닙니다. 기왕에 구입할 때에 에너지도 절약되고 환경도 보호하는 착한 소비를 하면 당연히 좋죠! 다만 유기농이나 친환경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그게 최선의 정답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에요.

예전에 미국 홀푸드 매장에 갔을 때에 그곳에서 캔에 담긴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그걸 보면서 '와, 참 빠르고 편하게 웰빙 음식을 먹을 수 있구나'라고 감탄했었는데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이기적인 발상에서 만든 제품이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구매자의 입장에선 아주 간편하게 유기농 음식물을 섭취하겠지만, 우리의 자연에 남겨지는 그 캔 쓰레기는 어쩌란 말인가요. 개인의 관점에서 웰빙이었을지 몰라도, 사회적 관점에서의 로하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죠. 결국 우리의 소비 중심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기 전까지는 진정한 환경사랑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왼쪽의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어떤 이에게는 천사가 보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악마가 보일 것입니다. 하나의 제품, 하나의 과정, 하나의 행동도 관점에 따라서는 전혀 다르게 비춰지거나 이해되곤 합니다. 친환경산업이 어떤 이에게는 '환경사랑'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돈벌이를 위한 신대륙이나 블루오션쯤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제가 비록 그린 컨슈머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값비싼 친환경제품 구입을 선뜻 권유하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 사랑은 구입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완성되는 개념이니까요. 많은 기업들이 녹색을 이야기하고, 친환경을 이야기하지만 초록색 비닐을 콘크리트 위에 덮어둔다고 해서 그게 녹색 성장은 아니잖아요. Green Washing에 대해서 예전에 적었던 글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린워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똑똑한 소비와 현명한 행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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