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즐겨가는 회사 앞 커피숍에서는 카푸치노와 함께 '유기농 설탕'을 내어 줍니다. 단 맛도 강하지 않고 약간 굵은 과립의 이 값비싼 설탕이 오늘 포스팅의 주제입니다. 유기농 비정제 설탕은 색깔은 황설탕과 비슷한데, 일반 설탕보다 5배 이상 비싸요. 대체! 아니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요?
백설탕이 만들어지는 과정
우선 설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로 합시다. 사탕수수 줄기에서 즙액을 짜내어 걸죽한 형태의 원당을 만드는 1단계 공정과 원당을 정제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2단계 공정, 그리고 정제 원당에서 설탕을 분리시키는 3단계 공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을 자세히 살펴 보면, 1단계 공정에서는 석회를 가하여 중화시킨 후 가열, 농축하는 작업이 수행되고, 2단계 공정에서는 각종 흡착제와 이온교환수지 등을 이용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수행됩니다. 그리고 3단계 공정에서는 '재결정'이라는 분리 기술을 이용하여 설탕만 빼내게 되지요. 마지막 공정의 재결정 기술에는 가열, 농축 작업이 또 필요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공정을 거쳐 얻은 설탕은 거의 순수하며, 설탕 성분 이외에는 이물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백색 결정의 공포
설탕이 이렇게 순수하다는 것은 과연 좋은 것일까요? 고순도의 정제당에는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영양성분들이 빠져 있습니다. 일본의 저명한 약리학자인 니혼 대학 다무라 도요유키 박사는 설탕 대사에서 치명적인 두가지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하나는 체내에서 '비타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네랄을 소모'한다는 점입니다.
이들 비타민과 미네랄은 현대인에게 가장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라는 점에서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설탕을 구성하는 포도당과 과당이 산성인데다가 대사과정에서 젖산과 같은 산성물질이 생기게 되어 우리 몸은 산성화됩니다. 신체는 중성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기에 산성을 중화시키고자 하는 반작용이 나타나 알칼리성 물질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미네랄입니다. 인체 내에 다양한 미네랄이 존재하지만, 그 중 중화제로 가장 각광받는 성분이 바로 칼슘입니다. 처음엔 체내에 축적된 칼슘을 사용하지만, 차츰 신체 조직의 성분을 녹여서 사용하기에 칼슘 결핍 증상이 나타나며, 골세포나 혈관세포 등의 부실을 초래하게 됩니다.
건강 전문가들이 설탕을 백해무익한 식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작 필요한 영양소는 없이 오직 칼로리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체내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갉아 먹으니까요. 실제로 설탕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저혈당증, 칼슘 결핍, 체내 비타민 결핍, 당분의 과잉 축적이 꼽힙니다. 저혈당증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설탕은 소화과정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을 급속히 올라가게 하고 이때 올라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가 되어 혈액내의 혈당을 세포내에 넣어주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중 인슐린의 과다분비로 혈당이 급속도로 떨어지게 되고, 이때 사람들은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게 되고, 불안정하며, 신경이 날카로와지고, 병적으로 과민한 반응이 나타나게 되며, 이를 저혈당증이라고 합니다. 떨어진 혈당을 올리기 위해 우리몸에서는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내보내게 되고, 이때 다시 혈당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이러한 혈당 롤링이 자주 일어나게 되면 이러한 호르몬을 관리하는 기관들이 혹사당하게 되고, 결국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단계까지 오게 되지요. 심각하게는 정신건강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조금 덜 해로운 설탕을 찾아서!
여기까지 글을 차분히 읽은 분들은 아마 굉장히 혼란스러우실 것입니다. 그동안 믿고 먹어왔던 설탕이 이렇게 해롭다니 당장 집에 있는 설탕을 모두 치워 버리고 설탕이 들어 있는 음식들을 끊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 설탕을 끊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밖에서 파는 각종 빵과 과자, 차, 캔음료에는 엄청난 설탕이 들어 있구요. 가정에서 요리를 할 때조차 설탕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힘듭니다.
설탕을 완전히 끊으면 가장 좋겠지만, 써야 한다면 조금이나마 덜 해로운 설탕을 구입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설탕의 분류는 백설탕/황설탕/흑설탕입니다. 원당을 맨 처음 정제한 것이 백설탕, 남은 것을 다시 정제한 것이 황설탕, 또 다시 남은 것을 정제하고 캐러멜을 첨가한 것이 흑설탕입니다. 백설탕의 경우 원당을 정제한 후 1차로 생산돼 입자가 작고 순도가 높아 담백한 단맛이 나기 때문에 요리, 디저트, 음료 등 다양한 식품 분야에 가장 널리 사용됩니다. 황설탕은 백설탕을 제조하면서 분리된 시럽을 결정화해 2차로 생산된 제품으로 쿠기 종류에 많이 쓰이고요. 마지막으로 흑설탕은 정제 과정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생산되는 설탕으로 당도는 백설탕과 갈색설탕에 비해 낮지만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색을 진하게 하는 호두파이 등 제과에 사용되고 있지요. 이 세가지 중에 어느 설탕이 가장 좋은 설탕일까요? 백설탕? 황설탕? 흑설탕??? 정답은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
설탕의 새로운 기준-설탕의 색깔이 아닌 정제!
자. 정답을 공개합니다! 위의 세 가지 설탕은 용도가 다를 뿐, 뭐가 더 좋고 나쁘고를 이야기하기 힘듭니다. 그럼 우리는 그동안 왜 굳이 색깔이 있는 설탕을 백설탕보다 좋다고 믿었던 걸까요? 그건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산되는 설탕은 원래 황색이기 때문입니다. 설탕의 종류를 정제 유무를 기준으로 다시 나눠 보자면 정제설탕과 비정제 설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제 설탕은 사탕수수를 화학적, 물리적으로 여과시켜 만든 것으로 사탕수수에 원래 포함되어 있었던 몸에 좋은 자연 성분이 거의 제거되어 있어요. 따라서 위에서 말한 백설탕, 황설탕, 흑설탕은 그저 설탕의 색깔을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비정제설탕은 사탕수수를 압착하여 즙을 짜낸 뒤 수분을 증발시켜 결정을 얻은 것입니다. 보통의 설탕처럼 화학적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고 물리적으로 생산되는 조당(Raw Sugar)으로써, 섬유질과 비타민, 칼슘, 인, 마그네슘 등을 최대한 유지하며 사탕수수 고유의 풍미가 살아 있습니다. 입자가 굵고 노르스름하며 단맛은 적지요. 설탕의 원료인 사탕무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비정제 설탕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함유되어있는데 이것을 정제 및 가공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마그네슘 99%, 아연 98%,망간 93%, 구리 83%, 크롬 83%, 코발트 83%에 해당하는 주요 미네랄 성분들을 잃어 버립니다. 초반에 설명드렸듯이 설탕이 체내에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비타민과 칼슘을 비롯하여 많은 미네랄 성품이 필요합니다. 즉 정제된 설탕은 천연의 무기질들이 결핍되어 있어 소화, 해독, 배설 과정에서 우리 몸의 비타민과 유기질을 빼앗아 갑니다.
비정제 설탕안에는 미네랄과 영양분이 그대로 존재함으로 설탕이 몸에 들어와 흡수되어도, 소화 분해되는 과정에서 인체로부터 미네랄이나 영양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제설탕은 정제과정에서 미네랄과 영양분이 사라져서, 미네랄과 영양분을 이용하여 흡수되기 때문에 인체에 더욱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제설탕을 사용하는 인스턴트 식품은 우리몸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이것이 누적되면 다양한 증후가 나타나게 됩니다. 아무런 영양분 없이 탄수화물만 남아 있기 때문에 비만, 당뇨병 등의 성인병 원인이 됩니다.
또한 정제설탕은 이온 교환 수지법으로 정제되는데 첨가원료는 스티롤,디비닐벤졸, 과상화벤졸, 폴리비닐알코올등으로 주로 독성이 있는 화공약품들에 의해 정재됨으로 이온 교환 수지의 독성 성분이 수용액에 절대 용출되지 않는다고 확언할수는 없다고들 합니다. 다만 이러한 정제 방식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단정짓기는 힘드니,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겠죠?
또 하나의 기준-유기농 설탕
한편 유기농 설탕은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를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업으로 재배한 것을 말합니다. 유기농은 원료의 재배 방법을 의미하기 때문에 원료의 가공방법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요. 물론 유기농 설탕은 웰빙을 콘셉트로 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비정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추세라고는 하나, 간혹 정제설탕이 있기도 하므로 반드시 제품 뒷면의 라벨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환경과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기엔 가격이라는 높은 장벽이 있다는 걸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유기농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상품들은 대다수가 그린 프리미엄 (Green Premium)이 붙기 때문입니다. 유기농 생산이나 재배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다소 심하다 싶을 수준의 가격 차이를 보게 됩니다. 친환경이라거나 유기농 상품이라는 이유로 과도하게 가격을 책정하는 기업들의 태도는 궁극적으로는 지양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차별화 전략을 택하는 경우에 높은 가격 정책은 항상 뒤따라 온다고 하지만, 특별한 품질이나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는 고가 정책은 결국 소비자의 외면을 불러올 것입니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 전문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선플라워(Sunflower Farmers Market)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보장 받기는 어렵습니다.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제품이라는 보증수표는 될 수 없습니다. 차별화 전략 또는 가격우위 전략 둘 중 하나만 꼭 선택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서 기업들이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터무니없는 가격과 그저 그런 품질로 차별화 전략을 취하려 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가격과 올바른 생산 과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휘어잡는 진정한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참고자료: "해로운 백설탕 알고 먹읍시다." /고오다미츠오/배기성 편역/태웅출판
바른 식생활이 나를 바꾼다" /김수현 지음/일송미디어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 안병수 / 국일미디어
슈거블루스 / 윌리엄 더프티 / 최광민 역/북라인
레몬트리 201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