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시절 절친 중 한 명과 직장 동료의 소개팅을 주선한 적이 있었더랬다. 나름 소개팅 코스를 준비한 그 남자분이 내 절친을 데려간 곳은 바로 마술카페... 마술사가 나와서 카드 마술도 보여주고 분위기도 화기애매(?)했는데, 마술사가 모자에서 비둘기 꺼내어 새를 날리는 지점에서 첫 만남의 로맨틱함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내 절친의 조류 공포증 때문! 꾸에에에 꺄아아아아악!!!
2. 어릴 적 우리 집 마루에는 박제된 꿩 두 마리가 놓여 있었다. 한 놈은 장끼였고, 다른 한 놈은 까투리였는데 암수 한 쌍이 정답고 오붓해 보이기는커녕, 뭔가 섬뜩한 느낌이 있어서 나는 그 쪽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었다. 이미 죽은 새들이 꼿꼿하게 살아있는 모습으로 세워져 있는 것이 기괴했다고나 할까? 모든 피조물들은 그 생명을 다하고 나면,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아름답게 다시 피어나야 한다는 것을 어린 시절의 나는 과연 알고 있었던 것일까?
4. 난 비둘기가 참 싫다. 참새는 무지 귀여운데 반해, 비둘기는 참 지저분하고 징그러운 느낌이다. 비둘기가 머리 위로 푸드득 날아갈 때면, 수백마리의 벼룩과 이를 살콤히 내 머리 위에 흩뿌려주는 듯한 기분! 히치콕 감독의 '새'도 비둘기 혐오증에 한 몫을 했을 터. 데룩 데룩 굴리는 표독스런 노란 눈동자와 딱딱해 보이는 발, 꼬질꼬질한 회색빛 털까지.... 88올림픽에서 수천마리의 비둘기를 하늘로 날리기로 결정한 사람을 멱살잡이라도 하고픈 마음이 울컥 울컥 올라온다고나 할까.
5. 친구네 집에 놀러가기로 약속했는데 앵무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내심 걱정이 앞섰더랬다. 꿩 박제에 대한 트라우마와 비둘기의 불결한 이미지와 영화 '새'에 대한 공포가 합쳐져 조류 자체가 싫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웬일! 병아리처럼 노랗고 작은 그 앵무새가 내 손가락 위에 뽀로롱 날아와 앉는데 의외로 귀엽다?! 게다가 조류의 발은 차갑고 딱딱할 줄 알았는데 그 아이의 발가락은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다!!!! 오마나~!!!!!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러다가 나 새를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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