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9. 17:28

진돗개가 미국 LA에서 경찰견 훈련을 받게 되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영상 속의 그 아이들이 너무 예쁘더라구요. 객관적으로 어떤 신체적 특징을 지닌 진돗개가 좋게 평가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상 속 아이들의 순박한 눈매나 쫑긋하게 선 귀, 그 모든 생김새가 제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진순이 생각이 났거든요. 동영상을 보다가, 미국으로 간 그 두 마리의 진돗개 '대한이'와 '민국이'는 그 후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둘의 소식은 아래의 링크에서 찾았습니다. (뉴스 보기)

안타깝게도 두 마리 모두 경찰견 훈련에서 탈락한 것으로 나오더군요. 위에 링크된 기사에 있는 동영상은 그 아이들이 미국 경찰견 훈련을 시작했을 때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훈련 전에 염려되는 것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진돗개가 흔히 한 사람만 따르는 성격이라고들 말하지만, 무척 영리하고 사회성도 좋아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는 답변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던 것이죠.

기사에서는 그 두 마리의 탈락 이유가 '잦은 기분 변화(mood swing)' 탓이라고만 나와 있어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추측건대 여러 핸들러들의 손에 이끌려 다녀야 하는 상황이 진돗개들에게는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을 것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진도라는 섬마을에서 가정견으로 키워지던 진돗개의 유전자 속에 새겨져 있던 정보로는 '한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꼭 필요한 미덕이었을텐데 머나먼 이국 땅에서 요구했던 훈련은 전혀 다른 행동지침을 요구했겠지요. 한 명의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필요가 있는 게 아니고, 임의로 바뀌는 핸들러의 지시에 따라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잦은 기분 변화로 보여지는 부산한 행동들을 그 아이들이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기사댓글이나 관련 포스팅들을 읽다보니, 진돗개가 미국 경찰견 훈련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진돗개, 뭐 별거 아니잖아' 라든가 '역시, 진돗개는 저먼셰퍼드 만큼 똑똑하지는 않아' 등의 내용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제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진돗개가 저먼셰퍼드보다 열등한 것이라고 그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대바늘은 털실을 짜기에 더 적합한 것 뿐이고, 작은 바늘은 옷을 꿰메기에 더욱 적합한 것 뿐입니다. 서로 다를 뿐 우열은 없습니다. 경찰견의 업무를 하기에는 여러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성격이 필요합니다. 경찰견으로서의 자질이 평가되는 과정에서는 '사회성'이나 '일관성' 등의 지표를 중시했겠으나, 그것이 가정의 반려견을 평가하는 기준은 될 수는 없습니다. 평생 한 명의 주인과 함께 살 반려견에게 '여러 핸들러에게 복종할 줄 아는 능력'을 요구할 필요는 없지요.

불행히도 한 해에 유기견 숫자가 어림잡아 10만마리 라고 하니, 어쩌면 한 주인에게 복종하는 진돗개의 심성이 더이상 미덕이 아닌 세상을 우리가 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씁쓸합니다. 주인을 잘 지켜주려고 하는 행동들이 '과도한 공격성'으로 평가되고, 한 사람을 따르는 본능이 '결핍된 사회성'으로 매도되는 건 참 슬픈 일입니다. 진돗개의 본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그 아이들이 많은 사람들과 친구로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견주가 정말 멋지게 리더로 자리 잡아서 진돗개가 이웃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잘 돌보며, 진돗개 자신도 행복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지 않을까요?

대한이와 민국이가 애초부터 경찰견으로는 적합치 않았을지 모르겠으나, 누군가의 가정에 입양되었더라면 낙오한 훈련견이 아닌 사랑받는 반려견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평생 살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슬퍼지는 금요일입니다.

Posted by 초록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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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다가 2013.09.15 2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
    경찰견의 기준이 똑똑하다거나 다른개보다 드러나는 우수성을 가진다거나 하는게 아닙니다. 경찰견의 기준은 우수성도, 영리함도, 충성심도 아닌 '찾고자 하는 본능'입니다. 진돗개는 서양의 대형견들에 비해 사이즈가 작아 범죄자를 제압하는 용으로는 부적합하고, 마약이나 총을 찾는 수색견으로서 적합했다고 합니다. 한국 기사보다 미국 현지의 자세한 언론에 따르면 진돗개가 탈락한 가장 큰 이유는 '수색하려는 본능,사냥하려는 본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먼 셰퍼드는 수백세대를 거쳐오며 아주 옛날부터 수색용,사냥용으로 이용된 개입니다. 현재의 셰퍼드 유전자에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싶어하고, 사냥하고 싶은 본능이 내제되게 된겁니다. 주인이 시켜서하는게 아니라, 셰퍼드 본인이 계속 냄새를 맡고 목표를 찾아내고싶은 의지가 있다는 겁니다.

    다만 LAPD에 따르면 진돗개는 주인이 시키면 훌륭히 수색업을 마치지만, 시키지 않으면 본인 스스로 뭔가를 수색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진돗개의 유전자에는 수백대부터 내려온 '찾고자 하는 열망'이 내제되 있지 않기때문이지요.
    진돗개는 가정을 지키는 개로 길들여져왔기에 '수색용'유전자 보다 '보호용'유전자가 내제된 개입니다. 자기 영역(주인과 그 집)을 침범하거나 주인을 해치는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심이 발달된 개이지요. LAPD 또한 진돗개가 '다른 개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지닌게 또 다른 이유라고도 합니다. 수색견에겐 다른 개들과의 팀플레이가 중시되는데, 진돗개는 다른 존재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는 것이지요.
    또한 '수색에 필요한 집요한 집중력'이 부족했다고 하는데 진돗개는 집을 침범하고 도망가는 침입자를 끝까지 끈질기게 쫓아가서 물어뜯어 목표를 이루려 하는 개가 아닙니다.. 진도개는 침입자를 위협해 도망가게 한 후 다시 집에 돌아와 계속 집을 지키는 갭니다.
    '경찰견=우수한 개'라서 경찰견에 실패한 진돗개는 셰퍼드보다 덜 우수한개 라는게 아니라,
    LAPD가 인터뷰했듯 '훌륭한 개지만 단지 경찰업무에 맞지 않을뿐'입니다. 그림을 잘 그려서 계속 그림그리고 싶어하는 애한테는 그림을 가르쳐야지요. 노래를 잘 하고 노래하고 싶어하는 아이한테 계속 그림을 가르칠 수는 없는거니까요... 여기서 그림을 잘 그리는 개는 셰퍼드고 노래를 잘 하는 개는 진도개입니다..

  2. Favicon of http://m.blog.naver.com/doyou1 BlogIcon 루디아의일기장 2015.03.15 1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우리 진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