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런 경험해 본 적 있으세요? 정말 짧은 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진 적 말이죠.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길을 가로질러 급하게 뛰어가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부딪칠 뻔한 적이 있었는데요. 1초도 안되던 그 순간에 영원을 느꼈었답니다. 영화에서처럼 슬로우모션으로 차가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봤고, 어릴적부터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에 흘러가더란 말이죠. 처음으로 자전거를 배웠던 일, 가족들의 모습, 혹시 이게 마지막일까 라는 생각, 그럼 나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라는 걱정...어쩜 그렇게 많은 생각이 일순간에 흘러갔을까요? 죽음 직전에 맞이한 "영원같은 순간"을 그 이후로도 몇번 경험했었는데요. 사랑의 행복한 순간이나 극도의 긴장에 떨고 있었던 때에도 일순간이 영원과 같이 느껴졌답니다. 

영겁과도 같은 찰나를 경험했던 것은 모세도 마찬가지였나봐요. 광야에서 놀라운 광경, 주님의 천사가 불타는 떨기나무 가운데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거든요. 왜 떨기나무가 불타는데도 재가 되지 않고 계속 불탔을까요? 혹시 그 순간이 너무나 강렬해서 굉장히 길게 느껴진 것은 아니었을까요? 모세는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말씀하시죠.  "나는 있는 나다."

시간의 흐름이 참 기묘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지요. 참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굉장히 짧았던 때도 있구요. 또 엊그제 같았던 일들이 사실은 굉장히 오래전 일인 때에도 있어요. 사람의 마음도, 처해있는 상황도, 갖고 있던 기회들도 시시각각 변하고, 제 자신 역시도 그렇지요. 그런데 하느님이 말씀하세요. "나는 있는 나다." 그분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현존하고 계시다는 의미겠지요.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는 건 인간인 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는데, 다시 되돌아보니 그렇게 지내지 못할때가 많아요. 

어제를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하거든요. 아직도 저는 참 오래전에 있었던 일들 때문에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후회도 하고, 자책하기도 합니다. "있는 나"가 아니라 "있었던 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영원과 같았던 순간들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는데 말이죠.

온전하게 오늘을 살자고 결심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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