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여 회의실에 들어 갔는데, 그 안에 어마어마하게 큰 코끼리가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안 보려고 해도 안 볼 수 없는 거대한 골치덩어리가 회의실 한구석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데, 희안하게도 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그게 없는 양 모르는 척하고서 딴 소리들만 늘어 놓습니다. 위에 있는 재미있는 사진은 Elephant in the room(방 안의 코끼리)의 뜻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Elephant in the room"은 명백한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하거나 언급되지 않는 사실들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관용어입니다.

환경이라는 범주 안에서 이 블로그를 만들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고민들을 하다보니 어느샌가 제 마음 속에는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초록색 괴물은 상당히 거대하고 영향력 있으며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눈에 거슬리는 이슈입니다. 한국의 환경 문제에 대해 떠올릴 때면,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우리의 자연을 해치려는 권력자들의 음모에 대해 하나하나 꼬집고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게 된거죠!

하지만 제가 '감히' 이 코끼리 이야기를 거론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문제가 상당히 정치적이기도 하려니와 가치판단과 관련되어 있어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 제 자신조차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섣불리 이야기를 꺼냈다가 제 소중한 블로그가 어떤 식으로든 다치게 될까 염려가 되기도 하고요. (에잇! 어쩔 수 없는 소심쟁이!!! 자기검열 만큼이나 무서운 게 세상에 있을까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코끼리 한 마리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 제 머리 속을 꽉 채우고야 만 것입니다.  이 코끼리 생각에 매달려 있느라, 매달 최소한 한개의 포스팅이라도 올리자는 다짐조차 깨게 되었죠. 윽! 이 코끼리 녀석, 알고보니 히키코모리였나 봅니다. 제 마음 속의 방 안에 한번 들어가더니 도통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이 딱 '은둔형 외톨이'의 전형입니다. 초록색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자고 다짐하고부터 초록색 코끼리만 떠오르는 거예요! 

우리가 무언가를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통제하려 할수록 그것의 영향력은 오히려 강해는 법입니다. 헤어진 애인을 잊기 위해 발버둥치면 칠수록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만 더욱 깊어집니다. 반도막 나버린 펀드의 쓰라린 아픔을 잊으려 노력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주가지수를 자꾸 찾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고통과 아픔에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그것은 잠시 억눌린 상태가 될 뿐, 극복되지는 않습니다. 분노의 고삐를 단단히 움켜쥐면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만 커질 뿐입니다. 

결국 분노의 대상에 대해서 이 공간에서 한참 떠든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기에, 결국 무엇을 하지 말자는 부정의 방향이 아니라 무엇을 실천하자는 방향의 긍정의 주장이 되어야 겠지요. 무언가를 막고 분노하며 실망하는 데에 쓰는 에너지의 방향을 바꿔서 무언가 창조적인 것들을 하기 위한 방향으로 돌린다면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현존하는 문제를 후벼파기 보다는 실천적인 환경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할까봐요.

P.S. 쳇. 이렇게 순응적인 착한 결론이라니...어쩌면 저는 코끼리와 싸움에서 결국 패배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훠이~ 콘크리트 코끼리! 고만 썩 물럿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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