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마카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일종의 "마카오 관광청 홍보 사진전" 였는데, 이국적인 느낌의 파스텔 톤 건물들이며, 아기자기한 골목들, 그리고 먹음직한 에그타르트의 자태(!)가 사진 속에는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카오는 1999년까지는 포르투갈 령이었기 때문에 유럽식 건축양식이 마카오의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 매혹적인 사진들을 보면서 나중에 마카오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으나, 그게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 줄도 몰랐고 '그냥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선 그때 일을 까맣게 잊고, 올해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가본 적 없는 장소로 휴가를 떠나고 싶었고, 휴가를 길게 내긴 힘들었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이곳 저곳을 알아 보다가, 홍콩으로 마음을 정하고 에어텔 팩키지로 3박 4일 상품을 예약하게 되었죠.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예약만 해놓고서 구체적인 여행일정은 짜지도 못하다가 휴가를 일주일 앞두고서 여행일정들을 짜기 시작했는데요. 이때서야 제가 사진 속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마카오가 홍콩에서 배로 한시간 남짓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헉! 내가 사진 속에서 봤던 바로 그 마카오가 홍콩에서 그렇게 가깝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홍콩여행 3박 4일 기간 중에 하루는 마카오 관광을 다녀왔지요. 세나도 광장, 성 도미니크 성당, 몬테요새, 콜리안 빌리지,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 그리고 환상적인 맛의 로드 스토우즈 에그타르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좋았지만 그 중의 백미는 바로 시티 오브 드림즈 리조트에서 본 대규모 수중 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House of Dancing Water)'였습니다. 사실은 이렇게까지 굉장한 쇼인줄 모르고서 관람을 했는데요. 공연 끝나고나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구요. 공연이 끝나고서 나올 때 우연히 다른 관람객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이 공연이 무려 3,000억원을 들여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중 쇼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그 돈을 들였을 법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수중과 육상무대가 자유자재로 변환되는 전용극장에서 다이빙, 아크로바틱, 러시안 그네, 분수 쇼, 모터바이크 등의 갖가지 볼거리가 90분 공연동안 다양하게 펼쳐지더군요. 원형 무대의 잔잔했던 물에서 해적들이 매달린 어마어마한 높이의 돛이 솟아 오르기도 하구요. 또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수중무대가 사라지고 지상무대로 바뀌기도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예매하고서 앞에서 세번째 줄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앞쪽 좌석은 물이 튀길 수 있어서 좌석마다 수건이 놓여 있더라구요. 공연을 보는 동안에 물 속에서 튀어나온 배우들이 장난스럽게 관객석으로 물을 튀기기도 했고, 아찔하게 높은 곳에서 다이빙 하는 배우들 때문에 조금씩 물에 젖기도 했는데 이 역시 소소한 재미였어요. 이 수중공연장은 무려 깊이 8m, 지름 49m의 규모인데, 이 곳엔 올림픽 공식 수영장보다 5배나 많은 물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공연장의 천장도 굉장히 높은데, 공연 말미에는 무려 26.5m 높이에서 배우가 다이빙합니다. 이 공연의 예술 감독은 프랑코 드라곤 이라는 연출가인데 이 분은 20여년간 태양의 서커스에 몸 담으며, 라스베거스의 유명 쇼인 '퀴담', '알레그리아', 'O' 등을 만든 분이라고 하네요. 이 공연에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칠정(七情)을 바탕으로 중국 문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며 특별한 대사없이 쇼 자체로 줄거리를 보여주기 때문에 국적과 상관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솔직히 스토리 자체에 기대하시면 조금 실망하실 수 있지만, 다양한 볼거리들과 연기자들의 '진기명기'에 가까운 묘기들은 어떤 공연에 뒤지지 않습니다. 혹시 마카오에 놀러 가시는 분들께는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공연 예매는 공식 홈페이지인 http://thehouseofdancingwater.com/en/에서 가능합니다. 좌석 구역과 등급을 선택하면 다소 랜덤하게 좌석이 배정되는데요. 저는 마음에 드는 좌석을 받느라 열번 넘게 시도했던 것 같아요. 뭐 결국은 원형 극장이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앉든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몇 장면은 VIP 석이라면 더 좋았겠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어요. 가령 물안개가 자욱하게 무대 위에 생기면서 그 물안개 위로 아른하게 여인의 모습이 투사되어 떠오르는 장면 같은 부분은 정면이면 더 좋았겠죠. 참고로 저는 B Class 의 별표로 표시된 자리에서 관람했고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공중에서 펼쳐지는 연기들을 볼 때는 위로 올려다 봐야 했지만 힘들거나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B Class 이상에 한해 학생할인이 있으니, 학생 분들은 더욱 저렴하게 예매하실 수 있어요. 티켓을 받을 때에 한국 학생증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예매하실 때에 참고하세요~'Green Information > 친환경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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