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에 뉴욕으로 놀러 갔을 때에 저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한편 보고 싶었어요. 위키드 아니면 헤어스프레이를 보고 싶었지만, 주머니 가벼운 여행객에게 160불도 넘는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본다는 것은 무리데쓰! 게다가 당시에 두 작품 모두 굉장한 인기몰이 중이라서 미리 예매를 하지 않으면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기회의 땅 미쿡의 중심 매너튼이잖아요!!! 저와 같은 왕소금 관광객들을 위해 뉴욕 브로드웨이에는 할인티켓 예매소 TKTS가 있습니다. TKTS는 당일에 취소되거나 미판매된 티켓을 20~50% 할인하여 구입할 수 있는 곳인데요. TKTS의 단점이 있다면, 저렴한 티켓을 찾아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기 때문에 굉장히 긴 줄을 서야 한다는 것과 원하는 공연의 티켓이 남아 있는 요행을 바래야 한다는 것이죠.

벌떼같은 인파를 헤치고 눈에 불을 켜고 전광판을 들여다 보았으나, 제가 가장 보고싶어했던 위키드는 단 한장도 남아있지 않더라구요. 위키드 다음으로 보고 싶어했던 2순위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역시도 한 좌석도 없음 ㅠ.ㅠ

그러나 티켓 부스에서 직원에게 물어보니 위키드는 없지만, 헤어스프레이는 마침 딱 한 좌석 나왔다는 거에욧. 옴마나~ 혼자서 뮤지컬을 보러 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신나서 얼른 구입했죠. 룰루랄라 티켓을 사들고서 Neil Simon Theatre로 이동했습니다.

헤어스프레이는 60년대를 배경으로 Tracy라는 뚱뚱한 여고생이 TV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고 있으나, 실상은 인종차별이나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유쾌한 반란을 담고 있습니다. 트레이시 역할을 맡은 육덕진 몸매의 여주인공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시원한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 정말 멋졌습니다. 게다가 구석구석 재미있는 요소들이 꽤 많이 숨겨져 있는데 특히나 트레이시 엄마의 주책스러운 연기와 조연들의 활약 덕택에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가 맛깔나게 요리된 것 같아요.

다만 제 저주받은 리스닝 실력 탓인지, 문화적 배경이 다른 탓인지 때때로 옆사람이 왜 저리도 자지러지게 웃나 싶었습니다. 네 영어실력이나 탓하라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유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화적 배경이 통해야 하나봐요. 헤헤.  

공연이 끝나고서나서 길가로 나왔는데, 출연했던 배우들이 극장 앞으로 나와 싸인도 해주고 함께 사진도 함께 찍더라구요. 오른쪽에 저 동글동글한 아저씨가 Tracy의 엄마 (아빠 아니고 엄마) 역할을 맡은 분이었습니다. 워낙 감칠맛 나게 재미있는 연기를 펼친터라 제일 큰 환호를 관객들에게서 받았다는...^^;


그나저나 위키드 너무 너무 보고 싶은데, 열심히 짱구를 굴려봐야 겠네요. 초록 마녀, 스릉흔드! 자리주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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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어학연수 시절에 주머니 가벼운 학생 신분으로 파리의 근사한 식당이나 호화로운 쇼핑은 꿈도 못 꾸었으나, 꼭 하고픈 게 한가지 있었습니다. 프랑스 뮤지컬 중에 정말 레전드급인 스타마니아(Starmania)를 보는 것이었죠! 때마침 Casino de Paris라는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저는 무작정 길을 나섭니다. 티켓 오피스 직원에게 학생 할인 같은 건 없냐고 조심스레 묻자, 가장 앞자리 티켓을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제공! 꺄아아 >_<

스타마니아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뮤지컬로써, 미쉘 베르제(Michel Berger)가 작곡을 하고 뤽 플라몽동(Luc Plamondon)이 작사하여 1976년에 제작되었습니다. 극중 배경은 2000년대의 가상의 도시 모노폴리스입니다. (제작 당시로 치면 30여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거죠. ㅋㅋ)
 
스타마니아는 7명의 서로 다른 인물들의 사랑과 고독, 성공과 좌절, 꿈과 권력과 같은 수많은 주제들을 다룹니다. 참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의 엇갈리는 사랑들을 볼 수 있지요. 스타를 꿈꾸는 게이 남성 Ziggy와 그를 짝사랑하는 웨이트리스 Marie, 상대를 파멸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이에게 빼앗기기를 거부하는 Sadia, 서로를 향한 불꽃같은 사랑을 하는 Johnny와 Cristal, 그리고 돈과 권력으로 사랑을 사는 Janvier, 한물 간 은막의 스타 Stella.....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매력은 아름다운 음악에 있습니다. 암울한 분위기와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오래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옥같은 명곡들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동영상 클릭클릭! 


<Monopolis>



<Le monde est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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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어느 일요일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로댕전을 찾았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만큼이나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있었고, 꽤 스케일 크고 유명한 작품들도 여러 점 보였죠.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은 저에겐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10년전 파리의 로댕박물관에서 느꼈던 전율이 없었어요. 근육 하나하나가 꿈틀거리는 듯했던 역동성도 느낄 수 없었고, 세상의 고뇌를 모두 짊어진 듯한 사나이의 표정도 와닿지 않았어요. 똑같은 작품을 다시 본 것인데도, 예전에 느꼈던 그 수많은 감흥들 가운데 어느 것 하나도 이번 전시회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적잖이 당황했어요. 내가 정서적으로 그토록 늙었던가? 작년에 르누와르전을 보기 위해 같은 장소인 서울시립미술관에 왔을 때에 나는 정말 행복해하며 작품들을 하나하나 만끽했는데!? 도대체 감동이 없는 이유가 뭐지? 내가 최근에 너무 피곤했던가? 아니면 전시장 조명이 적절하지 않았나? 이곳에 사람이 너무 많은가? 회화작품이 내 취향에 더 잘 맞나? 혹시 배가 고파서 이러나 싶어서 베이글과 생과일쥬스까지 먹고 전시장을 둘러보았으나, 변화 없음. 이대로는 답답해 죽을 지경!!! 이건 대체 뭔가 싶었으나 끝내 해답을 찾지는 못하고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에 회사에 출근하여 그곳에서 구입한 작은 souvenir들을 직장동료에게 나누어 주었지요. 전시가 어땠었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그냥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감동이 없었더라는 제 말을 듣던 직장상사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어요. "큰 조형물은 야외에서 봐야 멋지잖아!"

아! 너무 단순한 대답이었는데, 갑자기 모든 수수께끼가 단박에 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파리의 Musée Rodin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거대한 조형물들은 야외의 푸른 잔디 위에 햇빛을 받으며 세워져 있습니다. 건물의 일부인양 너른 공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며 일광 아래 세워져있던 "생각하는 사람"이 서울의 좁은 건물 안에 들어와있으니 답답해 보인 것이 당연했죠. 제가 파리에서 본 그 작품과 서울에서 본 이 작품은 분명 같은 작품이었으나, 동시에 전혀 다른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그 곳을 떠나면 빛을 잃는 수많은 것들.... 아마도 한정된 장소와 시간이 부여하는 희소성으로 인해, 그것들이 더욱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우리의 삶이, 우리의 사랑이, 우리의 마음이 모두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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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yun 2010.09.20 21:32

    그 차이조차 못 느낀 사람도 있는데요...ㅠㅠ
    그런건 예술민감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봄은 참 요상한 계절입니다.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방방 뜨는 어감도 그러하려니와, 계절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새싹의 현란한 연두빛으로 광기를 극대화시킨다고나 할까요. 이러한 광기의 원인이 과도한 색감 때문이 아니라면 포근한 봄바람 또는 향긋한 꽃내음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여하튼 봄날에 어울리는 공연에 다녀와 글을 남깁니다.

브라질 대중음악의 현재를 가장 잘 표현해준다는 아티스트 베벨 질베르토의 첫 내한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보사노바 음악을 잘 몰라요. 그냥 정말 우연히 이런 공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충동적으로 다녀왔습니다. 봄날의 요상함 덕택에 평소에 하지 않던 선택을 한 셈이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입니다!

그 말랑말랑하고 살랑살랑하는 느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태어나 처음 가본 이국적인 도시의 뒷길을 여행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질베르토는 보사노바의 전설로 불리는 ‘호앙 질베르토’와 보사노바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우샤’의 딸입니다. 느슨하면서도 기민한 움직임으로 리듬을 엮어가는 기타 연주와 화사하고 우아한 선율, 그녀의 솜털처럼 보송보송하지만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는 매력있는 목소리,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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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에 서울에서 샤갈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때 'Entre chien et loup'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그 작품의 제목이 해질녘이었던가..황혼이던가...뭐 그런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더라구요. 그걸 보면서 어린 마음에 "에이..이건 아니지..."하면서 같이 갔던 친구에게 주절거리며 열심히 설명했었거든요.  

L'heure entre chien et loup는 직역하자면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뜻인데, 프랑스어로 황혼녘을 뜻해요. 그러니까 작품명이 영 이상하게 번역된 셈은 아니었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고 붉은 석양이 내려올 즈음에는 저 멀리서 내게 달려오는 짐승이 나를 반기는 우리집 개인지, 아니면 나를 덤비려고 하는 늑대인지 분간이 안 가는 순간이 온다고 하지요. 작품을 그리던 당시에 샤갈 스스로가 갖고 있던 국적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섞여 있는 제목이 적절히 '의역'된 것이 못마땅했었어요. "해질녘" 이라는 제목에서는 이런 고민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잖아요. ^^

상상해봐요. 붉은 석양이 내려온 하늘, 조금씩 사그라드는 빛..그리고 멀리서 내게 달려오는 짐승 한마리의 희미한 윤곽. 미친듯이 도망가야 할지, 두 팔을 벌려 반겨야 할지 어찌할 바 모르겠죠? 가끔 인생에서 그런 순간들이 오잖아요. 모든 게 분명하지 않고 희미하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난처한 순간들 말이죠.

나이가 들면서, 그런 순간들이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아요. 상대가 내 적인지 친구인지 구분되지 않는 순간, 심지어 내 스스로가 '개'인지 '늑대'인지 조차 흔들리는 순간들...  그래서 오늘도 저는 '개와 늑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했답니당.  "에잇! 개면 어떻고 늑대면 어때. 그냥 잘 살면 돼.."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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