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말간 하늘빛을 닮은 정말 예쁘고 동그란 돌 두 개를 우연히 갖게 되었습니다. 그 색깔을 어떻게 형언할 수 있을까요. 하늘이 조금씩 녹아서 투명한 돌에 그 색이 물든 것 처럼 푸른 파스텔톤이었죠. 게다가 손에 쥐고 있으면 차갑지만 매끈하게 한 손에 잡히는 촉감이 너무 좋아서 마음까지 포근해졌어요. 가끔 그 돌맹이 두 개를 달그락 거리며 쥐고 있으면 지구의 한 조각을 잡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수백 수천년 전에 이 하늘색 돌은 광활한 지구의 어딘가에서 생겨났겠죠. 물론 지금은 제가 잠시 갖고 있지만 제가 죽고서도 수백 수천년동안 이 돌맹이는 또다시 영겁의 시간동안 아무렇지 않게 이 땅 위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다보니,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어찌나 낯설게 느껴지던지... 이 세상에 온전히, 그리고 영원하게 나만의 것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나의 하늘색 돌, 나의 마음, 나의 몸, 그리고 나의 사랑조차도 애초에 나만의 것이란 건 없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너무 공허했습니다. 조금은 슬프고 우울해졌지요.

결국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은 언젠가 그것을 잃게 된다는 걸 전제합니다. 애초에 갖지 않았더라면 잃게 되지도 않았겠지만, 일단 가졌던 것들은 또 언젠가는 놓고 가야 하는 것을 배우는 게 인생이니까요. 슬프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오늘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원한 것이 없기에 오늘이 더 가치있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이젠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수많은 것들을 떠올리다가 끄적여 봅니다.

어느덧 새우를 키운 지 벌써 한달 넘게 되었네요. 새우를 집에서 키운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은 "이건 뭥미-_-?"의 반응들을 보이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김장 담그거나 라면 끓일 때 넣으려고 키우는 것이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아니.어떻게 알았지?)

제가 키우는 새우들은 식용은 아니고 체리새우라는 1~2cm 정도의 작은 관상용 새우인데 고추장처럼 빨간 색깔이 매력인 아이들입니다. 보통 우리가 보통 아는 새우는 회색이잖아요. 여하튼 10마리의 체리새우들이 처음엔 그냥 다 빨갛게만 보였는데 열심히 들여다보니 그 미묘한 발색의 차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요. 체리새우 가운데 생이새우처럼 색이 흐린 녀석들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회색 새우들과 체리새우가 서로 교잡이 되면 후대에는 색이 흐려 지기도 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습니다.

희한한 것은 이걸 알게된 이후부터 10 마리 중에 딱 한마리가 자꾸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빨간 반면에, 딱 한 녀석은 전혀 빨갛다고는 볼 수 없는 그냥 새우젓에 들어가는 새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회색빛 새우더란 말입니다. 저 새우 한마리 때문에 나의 소중한 새우항이 회색 새우 천지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조금씩 생겨나더군요. 그 녀석을 분리시켜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공간을 나눠 두었더니 미안하게도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살아있는 생물을 그리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컸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이제 정말 빨간 체리새우들만 남았다는 안도감 또한 생기더군요.

그런데 너무 기괴한 일이 그 직후에 일어났습니다. 그 회색 새우 한 마리가 별이 되었으니, 정말 예쁜 9마리의 빨간 체리새우만 남게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수조 안에 거무튀튀한 새우 한 마리가 갑자기 제 눈에 띄더란 말입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봐도 그 새우가 '안녕? 나 원래부터 여기 있었는데?' 이러면서 저를 빤히 쳐다보더라는 거죠! (물론 그 새우가 말은 안했어요 -_- 새우가 말을 하면 그따위 색깔이 문젭니까!?) 제가 은연중에 새우 열 마리를 색깔 순서대로 1등부터 10등까지 열 세워놓고 있었는데, 10등 하던 꼴찌가 떠나가고 나니 9등이 꼴찌가 되어 또다른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 있더라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잭 웰치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잭 할아버지가 GE에 도입하여 사용하던 인사시스템인 활력곡선 (vitality curve)을 저는 우연히 새우항에 도입한 셈이었으니까요. 잭 웰치는 활력곡선을 이용해 조직 구성원을 평가 등급에 따라 상위 20%는 핵심 정예, 70%는 중간, 10%는 하위층으로 구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핵심 정예층은 특별 대우를 받으며 리더로 양성되고 중간층은 지속적인 교육, 훈련을 통해 핵심 정예가 될 수 있도록 육성하고 하위 10%는 퇴출 대상이 되지요. 하위 10% 퇴출은 곧 열 마리의 새우들 중 회색새우 한 마리 골라내기와 같은 '적자생존'의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하위 10%를 골라내고 골라내다보면, 정말 우성인자들만 남아 끝내주게 잘나가는 조직(또는 어항)이 되나요?

불행히도 새우항의 예에서 보여지듯, 조직 내에서 활력곡선의 도입은 정말 위험할 수 있는 발상입니다. 하위 직원을 내보내면 1~9등만 남게 되니 일 잘하는 사람만 남게 되고, 회사에서 퇴출 당하지 않기 위해 모두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는 활력 넘치는 조직이 될 거라는 환상을 가질테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10등 새우가 떠나가면 9등 새우는 저절로 하위 10%가 됩니다. 회색 새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9마리의 빨간 새우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어 버립니다. 나를 언제 쫓아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가 협동하기 보다는 하위 10%가 되지 않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밟기에 급급합니다. 회사에 위기가 생기면, 회사라는 거대한 배를 구하기 위해 모두 함께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다른 배에 승선하기 위해 서둘러 구명조끼를 입고 탈출합니다.

물론 건전한 조직을 위해 적절한 수준의 turnover는 필요할테지요. 하지만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의 '활력곡선'은 약이 아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10등이라 할지라도, 조직 내에서 그가 하는 역할이 분명 존재합니다. 또한 지금은 10등 일지라도 그에게 관심과 기회를 준다면 핵심 정예가 될지 모릅니다. 더불어 조직의 문화가 건전한 방향으로 가면, 건전한 수준의 순환이 자연히 이루어진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봐요. 잭~ 당신은 새우를 키워봤어야 했어요. 

P.S. 갈색 줄무늬의 새우들도 몇일 전에 제 수조로 이사 왔어요. 꺄앗. 너무 예쁩니다. 굳이 경영학적인 화법로 이야기하자면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랄까요. 아항항항~어때요, 잭? 부러우시면 지는 겁니다. 

여자들의 수다에는 참 다양한 주제들이 오가곤 합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증권가 찌라시에 나온 모 연예인에 관한 소문, 요즘 패션 트랜드, 어제 본 드라마까지 말이죠. 그 중 단골 소재는 '나쁜 남자' 이야기입니다. 친구의 친구가 결혼을 했는데, 신혼 첫날에 남편이 부인을 때렸다더라, 친구의 애인이 천인공노할 나쁜 짓을 했는데도, 친구는 그 애인을 용서했다더라...등등...

참 딱한 사연도 있고, 너무 엽기적이라 개그나 드라마 소재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어서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신나게 듣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면서 의아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왜 헤어지지 않는걸까? 그녀들의 머릿속엔 무엇이 있기에 그런 형편없는 남자에게 빠져서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걸까? 정작 착하고 한결같은 남자의 가치는 왜 과소평가 받는걸까? 소위 "나쁜 남자 (또는 나쁜 여자) 신드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곰곰히 이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대학시절에 들었던 강의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아동 심리학 수업이였는데, '강화'에 대한 부분이었지요. 사람의 행동이 반복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어떤 행동을 했을 때에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착한 행동을 했을 때에 칭찬을 해줌으로써,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되도록 강화시키는 것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스키너는 이를 동물 실험에 접목하여, 생쥐의 먹이 상자 옆에 지렛대를 만들어서 그걸을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장치를 설치했는데요.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에 먹이라는 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렛대를 누르는 행동이 강화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지요. 이게 그 유명한 스키너상자입니다.

그런데 이 실험의 조건들을 약간씩 변형해서 적용해보던 학자들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강화 효과는 규칙적으로 보상이 일어날 때보다 간헐적으로 보상이 이루어질 때에 더욱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가령 쥐가 지렛대를 한번 누르면 먹이가 한알씩 규칙적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강화시키는 것 보다는, 어떨 때엔 세번 누르면 먹이가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엔 한번 만에 먹이가 나오기도 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열번을 누르니까 먹이가 나오기도 하는 방식으로 강화를 시키면 그 습관이 잘 없어지지 않더라는 말이죠. 이를 간헐 강화 (intermittent reinforcement)라고 부르는데, 의외성이나 불규칙성 때문에 대상에 대해 싫증이 덜 나게 되고 중독성이 없어지는 데에도 긴 시간이 필요하더라는 것입니다.

간헐 강화에서의 핵심은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보상이 주어질수록 강화 효과가 크다는 점입니다. 지렛대를 누르다 보면 언젠가는 보상이 나올 것 같다는 환상에 빠져 계속 지렛대를 누르고 있는 생쥐의 모습....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세요? 맞습니다. 카지노에서 대박을 기대하며 슬롯머신을 돌리는 사람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먹이상자에서 먹이가 나오길 기대하며 끊임없이 지렛대를 누르는 생쥐의 까만 눈은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또한 대어의 환상에 취해 밤새 낚시질을 하는 낚시광들의 모습도, 정기적인 급여보다 PS(Profit Sharing) 나 PI(Productivity Incentive)에 열광하는 직장인의 모습도 사실은 간헐강화의 결과물입니다.

그럼 이제 나쁜 남자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볼까요? 나쁜 남자의 핵심 포인트는 "나쁜 행동"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한번씩 잘해준다"는 것에 있습니다. 매일 잘해주던 남편이 어쩌다 한번 짜증을 내면 배우자는 굉장히 분노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짜증을 내던 남편이 어쩌다가 한번 귤 한 봉지를 사들고 오면 부인은 감동합니다. 나쁜 남자가 그걸 계산하고 한 행동이든,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든 간에 상대방은 이미 그 나쁜 남자의 간헐적인 보상 방식에 '중독'됩니다. 착한 남자가 '매일 매일 먹이 한알' 방식의 일률적인 보상을 하는 동안에 소위 밀땅 잘하는 나쁜 남자는 '먹이 주는 건 내맘대로'라고 하면서 상대를 휘어잡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나쁜 애인, 또는 나쁜 남편, 나쁜 아내가 진정한 승자이고 심리학의 귀재이며 모든 사람들의 열망의 대상이 되나요? 아니죠. 이상하게 나쁜 남자에게 쉽게 당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그들은 당하고, 다음 사람에게 또 당하고, 다음 번에 또다른 남자에게 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니 어쩜 그렇게 자꾸 당하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적당히 당하면 만나지 말아야 할텐데 포기하지도 않고 계속 나쁜 남자에게 매달립니다.

그녀들이 나쁜 남자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는 심리적인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저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로 자신이 들인 시간과 에너지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입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들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더욱 광적으로 종교활동에 심취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게, 그녀들은 자신이 '어리석게 나쁜 남자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그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더욱 더 나쁜 남자에게 매달립니다.

두번째로 그녀들은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인 행동을 보임으로써, 초기에 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적당한 선을 벗어날 정도로 상대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이를 제지하여 관계의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초기에 그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더라는 거죠. 상대방이 용인되는 행동 이상의 잘못을 하면 단호히 대처해서 그 행동을 고치든가, 정 고쳐지지 않으면 이별을 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더라는 것입니다. 각 사람의 인격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A라는 사람에게는 천사표였던 사람도, B라는 사람에게는 악마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서 좋은 인품을 이끌어 내는 것도 일종의 능력입니다.

마지막으로 대개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이 나쁜 남자에게 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 매달리지 않습니다. 어릴 때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했다거나 자존감이 너무 낮은 경우엔 "내가 못나서 그런 대접을 받는 건데, 어쩔 수 없지" 라고 자포자기 합니다. 반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과소평가를 당하게 되면 "내 가치를 모르다니, 넌 참 멍청해. 난 훨씬 더 가치있는 사람이니, 굳이 네가 아니더라도 상관 없어" 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이별을 택하지요.

그러니 이제 나쁜 남자는 만나지 마세요. 남들에게는 참 다정한데, 당신에게만 나쁘게 굴던가요? 그럼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겁니다. 어쩜 당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도 몰라요. 또는 당신이 그 사람의 좋은 인격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것도 아니면 당신과 그는 화학적으로 안 맞는 것일지도 모르죠. 여하튼 어떤 쪽이 되었건 자신을 형편없게 대하는 사람에게 매달리지 마세요. 흔한 광고 카피처럼 당신은 소중하니까요. 이젠 스키너의 상자에서 탈출해서, 간헐 강화의 지독한 중독에서 벗어나세요. 가끔 당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아니고 항~상 잘해주는 사람을 만날 자격이 당신에겐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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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 폭 23cm의 한뼘 크기 어항을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물고기는 매장에서 직접 구입하려고, 물고기를 뺀 나머지 물품들을 온라인으로 샀죠. 생명을 책임지고 키우는 일이니 무작정 할 수는 없겠다 싶어서 네이버 검색을 통해 관련된 포스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작은 초소형 어항이더라도 여과기도 필요하다고 하고 이것 저것 준비할 게 많더라구요.

글로 배운대로 걸이식 여과기도 설치하고 수초도 심고 물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물을 잡는다는 건 물고기를 넣기 전에 어항에 물을 담아서 수도물의 화학적인 성분들이 분해될 수 있게끔 시간도 주고, 안정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탁했던 물이 맑아지기에 이젠 열대어를 사서 넣어도 되겠다는 마음에 신림동에 있는 꽤 큰 열대어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마음으로 점찍어 두었던 열대어들을 이것 저것 구경하고서 귀염 돋는(!) 노오란 라미네지 두 마리를 구입하기로 결정!

예쁜 물고기도 골랐으니 신나는 마음으로 결제를 하려는데, 점원 분이 어항에 물 잡을 때 여과 박테리아는 넣었냐고 갑자기 제게 물어 보시는 겁니다. 저는 수질 안정제만 넣었는데, 박테리아제 역시도 꼭 넣어줘야 한다고 하시면서 물고기는 사지 말고 우선 여과 박테리아를 넣어주고 일주일쯤 후에 오라고 하시더군요. -_- 제 나름의 방식(?)으로 물을 잡겠다고 일주일도 넘게 기다렸는데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라니! 꼭 그걸 넣어야 하는 거냐고 재차 묻자 그걸 넣어줘야 물고기들이 건강하게 산다고, 여과 박테리아들이 있어야 물이 맑게 유지되는 거라고 설명해 주시네요. 장사하는 분이니 편하게 물고기와 함께 박테리아제든 뭐든 한꺼번에 팔면 그만일텐데, 굳이 물고기는 다음에 사라고 말리시니 물고기 구입은 후일을 기약하며 그냥 돌아 왔지요.

물고기 한 마리 없는 수초 어항은 참 심심했습니다. ㅠ_ㅠ 그래도 참고 참고 참아 일주일이 되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그쯤 흐르자 어항엔 조금씩 이끼들이 생겨나더군요..또다시 네이버 지식검색!!! 이끼 제거엔 새우가 최고라는 말에 자극을 받아 체리새우를 구입했습니다. 

새우를 어항에 넣기 전에 '물맞댐'을 해서 1시간에 걸쳐 수온도 맞춰 주고, PH도 맞춰주고서 한마리씩 조심스럽게 입수시켰지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는 생물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에 어항의 물을 새우가 담긴 봉지 속 물과 조금씩 섞어 주어서 새로운 환경에 점진적으로 적응시키는 과정을 '물맞댐'이라고 합니다) 사실 물맞댐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서 걱정이 되었는데 물맞댐 후에 어항으로 입수해 주자 마자, 새우들이 수초에 붙어서 뭔가 냠냠 맛있게 먹고 왔다 갔다 하면서 '물 만난 고기' 마냥 좋아라 하더라구요~ ^^

빨간 새우들이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자니까 어찌나 귀엽던지! 수초만 3주 가까이 보다가 고추장 색깔의 새우들이 어항 안을 돌아 다니니 감탄+경이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열마리 새우들 가운데 두마리가 배가 좀 유달리 노르스름하고 빵빵더라구요. 처음 어항을 둔데다가 새우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대하 소금구이는 참 맛있다'는 정도나 알던 사람이 이게 뭔지 어떻게 알겠어요. 또다시 폭풍 검색. -_-

그런데 이게 웬 일 입니까? 배가 노랗고 빵빵한 건 임신한 거라고 떡하니 적혀 있는 겁니닷. 처음 키워보는데 열 마리 중에 자그마치 두 마리나 포란한 새우가 오다니요. 그 날, 그 다음 날, 그 다음 날도 퇴근하자마자 어항 앞에 딱 붙어서 그 포란한 녀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무언가 한 녀석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요. 그 사진이 바로 이것!

위의 체리새우 배 아래쪽에 아주 자세히 보시면 뾰족하고 투명한 새끼 새우가 톡 떨어져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오마나! 새우 배에서 알 상태가 아닌 새끼 상태로 나오는 줄은 정말 몰랐는데, 저런 식으로 한마리 한마리씩 나오는 겁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어미새우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포란 도중에 알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땐 그냥 알 형태로 낳는다고 하네요)

어미새우는 왔다 갔다 하면서 수초 여기 저기에 한마리씩 새끼 새우들을 낳았습니다. 수초 심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진기한 광경이었고 바로 그 순간에 제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니 굉장히 절묘한 타이밍이었어요.

그리고 위의 사진은 2~3일쯤 후에 찍은 아기 새우들의 모습입니다. 사진으로 보기엔 굉장히 커보일 수 있겠지만 어미 새우의 크기가 1.5cm 정도 되고, 아기 새우들은 거의 깨알 만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제가 요즘은 이 재미로 퇴근하고서 컴퓨터도 켜지 않게 되네요^^

졸지에 제 어항은 새우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으니, 새끼 새우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열대어를 넣지는 못할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체리새우를 오래 키워도 치비 보기가 힘들다고 하시던데 키운지 1주일도 채 안되어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다니 참 기쁩니다! 지리하게 긴 시간동안 물을 잡은 보람이 있어요. 그 기다림이 싫어서 만약에 그냥 마구잡이로 풍덩 풍덩 새우를 넣었더라면 이 귀여운 녀석들을 못 만났을테니까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키우겠습니당~^^

PS. 오늘 점심에 보쌈을 먹으러 갔는데요. 보쌈과 함께 나온 새우젓...! 그걸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키우는 체리새우와 사이즈나 형태면에서 97% 일치하는 비쥬얼이라니...크흡! 새우깡 봉지에 그려있는 그림을 봐도 과자 자체의 형태는 새우와는 전혀 다르니 먹을 때 아무렇지 않은데, 새우젓은 정말이지.... 그럼 이 글의 제목은 "새우젓 랩소디"라고 제목을 고쳐야 하는 걸까요???

"차장님! 애니팡 해보셨어요?"

응? 애니팡? 그게 뭔데?? 가로 또는 세로로 똑같은 그림을 세 개 맞추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인데, 카카오톡에 등록된 사람들끼리 순위 경쟁도 할 수 있어서 요즘 인기 많은 게임이라는 설명이 이어 집니다. 세개의 그림을 맞추는 게임들은 내가 어릴 적에도 있었던 단순하고 흔한 게임인데 그런 게 요즘 인기가 많다니... 그럼 나라고 빠질 수야 없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플을 다운 받아 시작합니다. 카톡에 등록된 지인들의 순위가 주르륵 뜨는 것으로 보아, 정말 요즘 핫한 어플이 맞긴 한가 봅니다. 몇 번 하다보니 순위가 바뀌었다는 메시지가 뜨고, 한단계 한단계씩 순위가 올라갈 수록 이유없는 승부욕에 불타 그날 밤 1시까지 눈을 비비며 열중했죠!

그리고 다음 날도 퇴근을 하고서 다시 애니팡에 접속하여 게임을 하려다가 문득 궁금해 졌습니다. 정말 애니팡을 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으아...이기고 싶다. 내 바로 위에 랭크된 대학원 시절 친구를!!!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네이버 검색창에 애니팡이라는 말을 넣었죠. 굉장한 것은 애니팡 이라는 말을 검색창에 넣자마자 '애니팡 고득점 방법'이라는 자동완성기능의 검색어가 떡하니 뜨더라는! 그 비법을 나만 궁금해 할 리는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뭐 콤보를 많이 해야 한다는 둥, 콤보를 많이 했을 때 폭탄을 터뜨려야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등등의 비법들을 전수받고 있었습니다. 무릎을 치면서 '아싸~ 난 이제 곧 애니팡 고수가 될껴!'라고 김칫국 1.5리터 3병쯤을 마시고 있었죠. 다른 고급정보가 없나 하고서 다시 네이버 메인창을 띄웠는데요. 바로 그때였습니다!!! 네이버 메인창에서 추억의 '그 게임'의 배너광고를 마주한 것은요.

그 게임은 이름하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블리자드의 검은 손길에 이끌려 시작했고 2004년의 수많은 밤들을 하얗게 불태우게끔 만들었던 바로 그 RPG... ㅠ.ㅠ 그 아련한 추억 속 게임 WOW의 4번째 확장팩인 "판다리아의 안개" 광고가 모니터를 통해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하아...첫사랑이 "나 기억해?" 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고있는 것 마냥 말이죠 (저 오른쪽의 광고 속 팬더가 웃는 걸로 보였냐구요? 거참! 이 사람이..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 지점에서 저는 잊고 있었던 사실 - 나는 굉장히 쉽게 게임에 중독되는 사람이라는 가슴 아프고도 부끄러운 기억 - 을 되살려 냅니다. 광랩 (빛의 속도로 레벨 업을 한다는 뜻의 게임속어)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손가락 관절이 쑤시도록 몰두했던 것이며, 다음 날 출근을 하든 말든 새벽까지 미친듯이 던전을 방황하던 것, 나중엔 허리가 아파서 갖가지 요가 자세들을 취하면서도 밤새 게임을 계속 했던 것까지....

추억 속에 잠시 젖어 있던 저는 WOW계정이 아직 살아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로그인을 했다가 시간 정액제로 소액을 결제하고 말았습니다. 접속해보니 제가 키우던 캐릭터가 아직도 살아 (정확히 표현하자면 남아) 있음에 한번 놀랐고, 아이언포지의 길을 달려 가다가 그 길 모퉁이에 무엇이 있는지 아직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더 놀랐습니다. 추억의 옛 동네를 우연히 들러서 그 뒷골목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는 듯한 기묘한 그 느낌이라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리고선 스마트폰에서 살포시 '애니팡'을 지웠지요. 정확히 어플을 다운 받은 지 24시간 만에 정신 차린 셈입니다. 애니팡이 WOW보다 덜 재미있는 게임이어서가 아니고, 또다시 헛된 무언가에 미친듯이 매달리는 자신을 마주하기 싫더라구요. 처음엔 즐거움으로 시작했던 것이 내 에너지, 내 시간, 내 열정을 야금야금 먹고 자라나 어느 순간부터 그 집념은 거대한 괴물이 되고, 나도 모르게 그것에 집착하게 되어 결국 영혼까지 그것에 잠식 당하게 되는 뼈아픈 경험은 한번 만으로 족하니까요. 이건 게임중독이든 일중독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중독의 공통된 특성인가 봅니다. 중독이라는 이름의 그 길을 다시 달릴 뻔했는데, 옛 추억이 저를 구해준 셈입니다.

"어제 밤에 하트 보내드렸는데 받으셨어요?" 애니팡을 소개했던 직장 동료가 방긋 웃으며 묻습니다. 아~하트!!!! 아깝다. 그거나 한번 받아보고 지울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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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의 방문자 분들은 유기농 제품이나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겠지요. 그럼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몇가지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유기농 농산물은 모든 이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일까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으로만 가는 자동차보다 환경에 무조건 좋은 것일까요? 천연펄프 100%로 된 생리대는 환경에 무해한가요?....

이 블로그에 간간히 유기농에 대한 글들을 올리다보니, 관련 서적이나 신문 기사들을 챙겨 읽게 되었고 제겐 묘한 의구심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때면, 제 도덕적 소임을 다하는 것 같은 으쓱한 기분도 살짜쿵 느꼈더랬지요. 하지만 이제와서 솔직하게 털어 놓자면 위에 적어 놓은 세 개의 질문 중 어느 하나에도 자신 있게 'Definitely, yes'라고 답할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시험볼 때에도 사지선다 문제에 '무조건, 항상, 반드시' 등의 말이 들어가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잖아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력을 무시해서가 아니고, 대다수의 우리는 빠르고 편안하게 사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서 '진정한 친환경'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환경 사랑을 실천하려면 좀 더 느리게 사는 삶을 택해야 하는데 말이죠.

[이봐욧!! 빠르고 편하게 살면서도 난 진짜 친환경적인 삶을 살 수 있어욧! 어제 유기농 채소를 마트에서 구입했다구요~!] 조금은 더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고 환경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으셨겠어요. 그런데...음..음...조금 슬픈 소식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유통업체에서 파는 유기농 채소는 상업적 목적, 즉 판매을 위해 키워진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비료가 뿌려진 영양과잉 상태의 토양 위에서 자라게 됩니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보통 무농약 3년, 전환기 유기농 2년 등의 기나긴 시간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의 농가소득 손실을 메꾸려면 농민 입장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농산물을 수확해야 합니다. 따라서 농부님들은 유기비료를 열심히 주게 되는데, 화학비료와는 달리 유기비료는 정해진 정량이 없고 농부님의 직감으로 다량의 비료를 투여하게 되지요. 과도하게 비옥해진 땅에서 자라난 채소들은 초산성질소 과다상태가 되며, 이 물질은 많이 섭취할 경우 발암물질을 만드는 등 몸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또한 가축의 배설물로 유기비료를 만드는 경우 가축의 사료에 들어간 항생제가 배설물에 남아 문제가 된다고도 합니다. 결국 항생제 뿌린 밭에서 키운 농산물을 먹게 되는 셈이니까요.

[왜 이래요~먹는 건 어떨지 몰라도... 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면서 기름값도 아끼며 환경도 보호했고 게다가 빠르고 편하게 출퇴근했는걸~?]이라고 항변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 분들께도 슬픈 소식을 잇따라 전해 드립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배터리를 합쳐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 사랑의 일등 공신으로 추앙받는 차세대 자동차라는 걸 저도 압니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니까요! 그런데 일부에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배터리 폐기물이 자동차 배기 가스보다도 오히려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환경오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거참! 그럼 농약 뿌린 야채 먹고 가솔린 자동차 펑펑 끌고 다니며 더 이상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지 말란 건가요? ] 에이 무슨 서운한 말씀이세요. 전혀요! 여러분이 유기농채소를 구입하신 덕분에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물들었던 땅이 조금씩 되살아 나고 있어요!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주신 덕택에 더욱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고, 아마도 자동차 배터리 폐기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활용하기 위한 방법들도 여러모로 강구되고 있겠지요!

게다가 이 장황하고 재미없는 글을 여기까지 읽는 정성을 기울이신 것으로 보아 당신은 진심으로 환경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그런 당신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을 조금 바꾸고, 템포를 약간만 늦추자는 겁니다. 유기농 채소가 위험할 수 있으니, 편하게 농약 뿌린 채소를 먹자는 게 아닙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건강한 방식으로 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은 자연재배 채소를 조금씩이라도 직접 키워보자는 거에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환경에 꼭 좋은 것은 아니니 가솔린 자동차를 쓰시라는 게 아니구요. 조금은 불편하고 느리겠지만, 아주 급한 일이 아니라면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지 말자는 게 결코 아닙니다. 기왕에 구입할 때에 에너지도 절약되고 환경도 보호하는 착한 소비를 하면 당연히 좋죠! 다만 유기농이나 친환경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해서 그게 최선의 정답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에요.

예전에 미국 홀푸드 매장에 갔을 때에 그곳에서 캔에 담긴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그걸 보면서 '와, 참 빠르고 편하게 웰빙 음식을 먹을 수 있구나'라고 감탄했었는데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이기적인 발상에서 만든 제품이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구매자의 입장에선 아주 간편하게 유기농 음식물을 섭취하겠지만, 우리의 자연에 남겨지는 그 캔 쓰레기는 어쩌란 말인가요. 개인의 관점에서 웰빙이었을지 몰라도, 사회적 관점에서의 로하스와는 전혀 동떨어진 것이죠. 결국 우리의 소비 중심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기 전까지는 진정한 환경사랑은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왼쪽의 그림에서 무엇이 보이나요? 어떤 이에게는 천사가 보이고, 또 어떤 이에게는 악마가 보일 것입니다. 하나의 제품, 하나의 과정, 하나의 행동도 관점에 따라서는 전혀 다르게 비춰지거나 이해되곤 합니다. 친환경산업이 어떤 이에게는 '환경사랑'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돈벌이를 위한 신대륙이나 블루오션쯤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제가 비록 그린 컨슈머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하고는 있으나, 값비싼 친환경제품 구입을 선뜻 권유하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환경 사랑은 구입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완성되는 개념이니까요. 많은 기업들이 녹색을 이야기하고, 친환경을 이야기하지만 초록색 비닐을 콘크리트 위에 덮어둔다고 해서 그게 녹색 성장은 아니잖아요. Green Washing에 대해서 예전에 적었던 글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린워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똑똑한 소비와 현명한 행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올해 초에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들과 조우하게 됩니다. 마카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일종의 "마카오 관광청 홍보 사진전" 였는데, 이국적인 느낌의 파스텔 톤 건물들이며, 아기자기한 골목들, 그리고 먹음직한 에그타르트의 자태(!)가 사진 속에는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카오는 1999년까지는 포르투갈 령이었기 때문에 유럽식 건축양식이 마카오의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 매혹적인 사진들을 보면서 나중에 마카오에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으나, 그게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 줄도 몰랐고 '그냥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선 그때 일을 까맣게 잊고, 올해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가본 적 없는 장소로 휴가를 떠나고 싶었고, 휴가를 길게 내긴 힘들었기 때문에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이곳 저곳을 알아 보다가, 홍콩으로 마음을 정하고 에어텔 팩키지로 3박 4일 상품을 예약하게 되었죠.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예약만 해놓고서 구체적인 여행일정은 짜지도 못하다가 휴가를 일주일 앞두고서 여행일정들을 짜기 시작했는데요. 이때서야 제가 사진 속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마카오가 홍콩에서 배로 한시간 남짓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헉! 내가 사진 속에서 봤던 바로 그 마카오가 홍콩에서 그렇게 가깝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홍콩여행 3박 4일 기간 중에 하루는 마카오 관광을 다녀왔지요. 세나도 광장, 성 도미니크 성당, 몬테요새, 콜리안 빌리지,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성당, 그리고 환상적인 맛의 로드 스토우즈 에그타르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좋았지만 그 중의 백미는 바로 시티 오브 드림즈 리조트에서 본 대규모 수중 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House of Dancing Water)'였습니다.

사실은 이렇게까지 굉장한 쇼인줄 모르고서 관람을 했는데요. 공연 끝나고나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구요. 공연이 끝나고서 나올 때 우연히 다른 관람객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데 이 공연이 무려 3,000억원을 들여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수중 쇼라고 하더라구요. 정말 그 돈을 들였을 법 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수중과 육상무대가 자유자재로 변환되는 전용극장에서 다이빙, 아크로바틱, 러시안 그네, 분수 쇼, 모터바이크 등의 갖가지 볼거리가 90분 공연동안 다양하게 펼쳐지더군요. 

원형 무대의 잔잔했던 물에서 해적들이 매달린 어마어마한 높이의 돛이 솟아 오르기도 하구요. 또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수중무대가 사라지고 지상무대로 바뀌기도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통해서 예매하고서 앞에서 세번째 줄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앞쪽 좌석은 물이 튀길 수 있어서 좌석마다 수건이 놓여 있더라구요. 공연을 보는 동안에 물 속에서 튀어나온 배우들이 장난스럽게 관객석으로 물을 튀기기도 했고, 아찔하게 높은 곳에서 다이빙 하는 배우들 때문에 조금씩 물에 젖기도 했는데 이 역시 소소한 재미였어요. 이 수중공연장은 무려 깊이 8m, 지름 49m의 규모인데, 이 곳엔 올림픽 공식 수영장보다 5배나 많은 물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공연장의 천장도 굉장히 높은데, 공연 말미에는 무려 26.5m 높이에서 배우가 다이빙합니다.

이 공연의 예술 감독은 프랑코 드라곤 이라는 연출가인데 이 분은 20여년간 태양의 서커스에 몸 담으며, 라스베거스의 유명 쇼인 '퀴담', '알레그리아', 'O' 등을 만든 분이라고 하네요. 이 공연에는 전통적인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칠정(七情)을 바탕으로 중국 문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며 특별한 대사없이 쇼 자체로 줄거리를 보여주기 때문에 국적과 상관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솔직히 스토리 자체에 기대하시면 조금 실망하실 수 있지만, 다양한 볼거리들과 연기자들의 '진기명기'에 가까운 묘기들은 어떤 공연에 뒤지지 않습니다. 혹시 마카오에 놀러 가시는 분들께는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

공연 예매는 공식 홈페이지인 http://thehouseofdancingwater.com/en/에서 가능합니다. 좌석 구역과 등급을 선택하면 다소 랜덤하게 좌석이 배정되는데요. 저는 마음에 드는 좌석을 받느라 열번 넘게 시도했던 것 같아요. 뭐 결국은 원형 극장이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앉든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몇몇 장면은 VIP 석이라면 더 좋았겠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어요. 가령 물안개가 자욱하게 무대 위에 생기면서 그 물안개 위로 아른하게 여인의 모습이 투사되어 떠오르는 장면 같은 부분은 정면이면 더 좋았겠죠. 참고로 저는 B Class 의 별표로 표시된 자리에서 관람했고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공중에서 펼쳐지는 연기들을 볼 때는 위로 올려다 봐야 했지만 힘들거나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B Class 이상에 한해 학생할인이 있으니, 학생 분들은 더욱 저렴하게 예매하실 수 있어요. 티켓을 받을 때에 한국 학생증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예매하실 때에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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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en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which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Living one day at a time,

Enjoying one moment at a time,

Accepting hardship as a pathway to peace,

Taking, as Jesus did,

This sinful world as it is,

Not as I would have it,

Trusting that You will make all things right,

If I surrender to Your will,

So that I may be reasonably happy in this life,

And supremely happy with You forever in the next.

Amen.

- written by by Reinhold Niebu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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