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기농차 리뷰는 리쉬에서 나온 유기농 우롱차 입니다. 우롱차는 무이산에서 나오는 차가 원조인데, 찻잎을 따서 햇볕을 쬐여 시들게 한 다음 수분을 제거하며 약간 발효를 시킨 후 솥에 찻잎을 덖어서 발효를 멈추게 하고서 건조시켜 만듭니다. 이렇게 만드는 차들을 반발효차라고 부르는데요. 우롱차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되어 다이어트 차로 사랑받고 있지요. 게다가 꾸준히 마시면 아토피성 피부염을 완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요리들과도 꽤 잘 어울리는 편이고 맛도 부드러워서 좋아요. 우롱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아주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셔야 합니다. 요즘같이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는 냉차로 마셔도 참 좋답니다. 리쉬에서 나오는 우롱차는 그 유명한 무이산에서 나온 찻잎으로 만듭니다. 제가 다양한 우롱차들을 마셔보았더라면, 좀 더 비교해서 알려드릴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단조로운 리뷰를 적어야 하다니 참 아쉽네요.

아무래도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해결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마셔보니 참 부드럽고 좋았다" 수준의 리뷰이지만, 나중엔 '신의 물방울'에서 와인 한잔을 마시고서 나오는 구구절절한 대사들처럼 차 한잔을 마시고서 이야기를 펼쳐 낼 수준이 될 수 있겠죠. "중국의 무이산에 올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니, 그 수면 한가운데에서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며 배가 한 척 내게 다가오는데, 그 배의 사공은 머리에 배꽃을 단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같은 살짝 느끼한 감상평 말이에요. 푸하하하..!!!! 적어놓고 보니까 은근히 제가 마신 리쉬 우롱차를 썩 잘 표현한 것 같은데요. 잘 적었다람쥐~ 기죽지 마 보이~♬ (결국 저는 오늘도 유치한 개그혼을 불사릅니다 -_-)

한국 컴패션을 통해 제가 결연하여 후원하고 있는 아이의 이름은 라스미 입니다. 라스미는 수학을 잘 못하지만, 글쓰기는 좋아합니다. 그 아이는 가끔씩 제게 편지를 쓰곤 하는데, 인도어로 적힌 편지를 현지 봉사자가 영어로 번역하여 보내 줍니다. 반대로 제가 영어로 쓴 편지는 인도어로 번역되어 그녀에게 전달 되지요. 이렇게 오고 가는 편지를 통해서 그 아이의 형제 중 하나가 청력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라스미의 꿈이 선생님인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는 그 아이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늘 그렇듯 연필로 꼭꼭 눌러 적은 그 아이의 삐뚤빼뚤한 글 아래 번역된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습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Dear auntie"로 시작한 그 아이의 편지엔 라스미의 어머니께서 아프시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고, 라스미 어머니께서 고열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슬픈 소식이 적혀 있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인데,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실 정도면 많이 편찮으신 게 아닐지 걱정입니다.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나는데, 제가 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더욱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그 아이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희 엄마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라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막막한 제 마음을 읽기라도 했듯이 말이죠. 편지를 잘 접어 놓고서 라스미의 어머니가 완쾌하시길 기도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모두 기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기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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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뮤지컬 위키드 내한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저는 너무 기뻐서 폴짝 폴짝 뛰었던 것 같습니다. 뉴욕에서 느무 보고 싶어했으나, 좌석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바로 그 Wicked를 한국에서 볼 수 있다니요. 내한공연의 비싼 티켓 가격 때문에 망설이다가 예매 시작일로부터 며칠 흐른 뒤에 예매 사이트에서 좌석을 조회해 봤는데! 이런 쉣!!!! 좋은 좌석이 그새 다 나간 거에요. 멘붕 상태에 잠시 빠졌으나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죠!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좋아하는 건 맘껏 하면서 즐겁게 살자는 신념으로 티켓을 질렀습니다. Saint Paul님께서 이럴 때 꼭 필요한 명언을 하셨드만요. "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이는 열심히 읽는다. 단 한번밖에 인생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캬...므찌당!!! 한 페이지 한페이지가 이렇게 소중한데, 그깟 티켓 가격이 대수인가요?!!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 속에서 나쁜 마녀로 그려지는 서쪽 마녀가 사실은 꽤 괜찮은 사람이며, 사람들이 모르는 사연이 숨겨져 있다는 상상에서 이야기는 펼쳐지는데요. 어린 시절에 오즈의 마법사를 한 번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콩쥐팥쥐 만큼 친숙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저처럼 줄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스토리라인을 더듬어 가다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묘하게 짬뽕되면서 결말은 안드로메다로 훌쩍 날아가곤 하죠. (개콘식으로 표현하자면...어디갔어? 어디갔어? 도로시 어디갔어? 강아지 토토는 또 어디갔어? 내 기억력은 다 어디갔어???)

그래서 특별히 준비했어요. 번외편을 알기 전에 우선 본편에 해당하는 오즈의 마법사 줄거리부터 속성으로 마스터하기! 그럼 시작해 해볼까요?

도로시는 캔자스주에서 헨리 아저씨와 엠 아주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도로시네 집은 회오리바람에 휩쓸러 날아가고, 도로시는 아름다운 오즈의 나라에 도착합니다. 집이 떨어진 곳은 다름 아닌 동쪽 마녀가 있었던 곳! 나쁜 동쪽 마녀를 실수로 죽이고서 도로시는 동쪽 마녀의 구두를 신고 켄자스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오즈의 나라는 빨강, 노랑, 파랑, 보라, 초록의 다섯 개의 나라로 이루어진 신기한 왕국으로 온갖 이상한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와 마녀들이 다스리고 있었어요. 착한 마녀로부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 부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 도로시는 오즈가 살고 있는 에메랄드 시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지요. 여행길에서 도로시는 생각할 수 있는 뇌를 갖고 싶어하는 허수아비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어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를 얻고 싶어하는 겁쟁이 사자를 만나 동행하게 되요. 

마침내 아름다운 에메랄드 시에 도착한 도로시와 그 친구들은 위대한 오즈 마법사에게 소원을 이루어 달라고 부탁하지만, 오즈는 윙키들을 다스리고 있는 서쪽 나라의 나쁜 마녀를 없애기 전에는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갖가지 위기를 겪고 서쪽 마녀에게 붙잡히지만, 실수로 마녀에게 물을 부어서 그녈 녹여 없애게 됩니다. 그리고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에 차서 에메랄드 시로 돌아오지요. 

그러나 위대한 마법사 오즈는 사실은 평범한 사람으로 도로시와 친구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요. 마법사 오즈는 결국 허수아비에게는 왕겨로 만든 뇌를, 양철 나무꾼에게는 비단으로 만든 심장을 주고, 겁쟁이 사자에게는 용기를 주는 가짜 약을 마시게 하지요. 그들은 각각 자신들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몹시 기뻐합니다. 마법사 오즈는 커다란 풍선 기구를 만들어서 도로시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지만, 그만 실수로 혼자 에메랄드 시를 떠나 날아가 버리고 맙니다. 허수아비는 하늘로 날아가 버린 오즈 대신 에메랄드 시의 왕이 되고, 양철 나무꾼은 서쪽 나라의 나쁜 마녀 대신 윙키의 나라를 다스리기로 하구요. 겁쟁이 사자는 동물의 왕이 되어 숲 속을 다스립니다. 마지막까지 소원을 이룰 수 없었던 도로시는 착한 마녀 글린다의 도움으로 마침내 캔자스로 돌아갑니다. 

여기까지가 원작인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 줄거리입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죠. 한때는 저 역시도 이런 이야기를 보며, 나는 착하게 살테야! 뭐 이런 의지를 활활 불태웠지요. 허나 살다보니 세상 이치라는 게 조금은 모순되고 나쁜 애들이 오히려 잘되는 꼴도 봐야 하더이다. 게다가 더욱 억울한 것은 역사란 승자의 편에서 쓰여지기 마련인지라, 진실이 어떠하건 간에 약간의 사실들을 짜집기하여 "승자=착하다"이라는 기묘한 수식을 만들어 놓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꼭 진실인 건 아니에요. 때로 우린 fact의 작은 단면 만을 보고서, 진실을 단정짓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잖아요.  소설 위키드를 집필한 그레고리 머과이어는 사람들의 이와 같은 맹점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뮤지컬 위키드는 동명소설을 무대 위로 옮긴 작품입니다만, 소설 위키드와 뮤지컬 위키드의 내용이 100% 일치하지는 않아요. 소설이 조금 더 어둡고 무겁다고 한다면, 뮤지컬은 좀 더 밝은 편이라고들 말합니다.  

저는 6월 13일 공연을 보고 왔는데요. 으아~그 감동은 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가창력과 무대 장치, 스토리 그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함 그 자체였습니다. 나중에 뉴욕에 가면 정말 또 보고 싶어요. 우정에 대해서, 다양성에 대해서, 진실과 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정말 훌륭한 뮤지컬이었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자격없는 자(!)가 권력을 장악하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을 불러 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부터는 뮤지컬 위키드를 보실 분들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서 미리 알려드립니다. '나는 공연을 보기 전에 그 스토리를 먼저 알고 싶지 않아!'라는 분들은 살포시 창을 닫아 주세요. 하지만 제 경험상 뮤지컬은 적당히 내용을 알고 봐야 오히려 춤이나 노래, 의상, 무대 기타 등등의 다양한 볼거리들을 120%쯤 즐길 수 있더라구요. 자~ 그럼 이제 뮤지컬 위키드의 이야기 속으로 고고~ 고고~ ^^

뮤지컬 위키드는 오즈 주민들이 서쪽마녀 엘파바의 죽음을 기뻐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착한 마녀 글린다가 거대한 비눗방울을 타고 손을 흔들며 내려와서 나쁜 마녀가 정말 물에 녹아버렸다는 걸 공표하죠. (첫 장면부터 글린다의 자아도취+주책스럽지만 귀여운 면모가 보이는데, 그녀를 향해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Isn't it good to see me?" 이라고 명랑하게 외칩니다. 푸핫! 뭐야...이 여자.!! "여러분을 뵙게 되어 반가워요"라고 말하는게 아니라 "절 보니까 참 기쁘시죠?"라고 묻다니 말입니다! 글린다는 정말 사랑스럽고 재미있지만 대중의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모습이 조금은 딱하게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여기서 잠시 엘파바의 탄생에 대한 비밀이 나오는데, 사실 엘파바의 엄마는 어떤 의문의 남성이 주는 초록색의 신비스러운 약을 마시고서, 그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서 초록색 피부의 아기를 낳게 되었던 겁니다. 여하튼 이야기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엘파바의 죽음에 대해 듣고 있던 오즈 주민 중에 한명이 글린다에게 묻습니다. 나쁜 마녀와 당신이 친구였다던데 사실이냐고 말이죠. 이에 시간은 또다시 거슬러 올라가 쉬즈 대학에 엘파바와 갈린다가 입학하던 때의 장면이 펼쳐집니다. -그땐 글린다(Glinda)가 아니고 갈린다(Galina)였는데 나중에 이름이 왜 바뀌게 되는지는 후에 차차 알게 됩니다-

엘파바와 네사로즈의 아버지는 먼치킨랜드의 영주인데, 그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첫째딸을 미워하고, 둘째 딸인 네사로즈만을 총애합니다. 둘째딸은 출중한 외모를 지녔지만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어 휠체어 신세를 지는 둘째 딸을 돌보게 하기 위해 첫째딸인 엘파바도 쉬즈대학에 함께 입학 시킵니다. 쉬즈 대학에 입학한 엘파바는 기숙사 배정 문제로 네사로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분노하여 자신이 지닌 강한 마법의 힘을 우연히 드러내게 되고, 이로 인해 모리블 학장의 관심을 사게 됩니다. 한편 엘파바와 갈린다는 우연히 한 방을 배정받게 되고, 자신과는 너무 다른 상대에게 마뜩지 않은 심경을 드러 냅니다.

장면은 바뀌어 쉬즈 대학의 유일한 동물 교수이자 염소인 딜라몬드 교수가 등장합니다. 딜라몬드 교수는 '갈린다' 발음이 잘 되지 않아 늘상 '글린다'라고 부르곤 하는데요. 그는 역사 수업 중간에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사실 예전에 오즈에서는 동물들이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이를 억압하는 反동물의 움직임이 있어 동물들이 조금씩 위축되어 말을 잃어가고 딜라몬드 교수만이 강단에 남은 상황이었죠. 심지어 교실 칠판에는 누군가 "Animals should be seen not heard. - 동물은 구경하라고 있는 것이지, 말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낙서까지 적어 두었습니다. (딜라몬드 교수는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Colorful'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뮤지컬 위키드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이자 이야기의 핵심이 됩니다. 나와 다른 존재 -가령 피부색이 다르다거나, 종이 다르다거나, 지향이 다른 이들-에 대해서 '입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는 주류사회의 종용과 압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지적하는 거죠. )

한편 장면은 전환되어, 인생을 즐기며 사는 바람둥이 왕자 피에로가 쉬즈 대학에 전학을 오는데요. 갈린다는 그를 보고서 첫 눈에 반하고, 그에게 접근하여 무도회에 피에로와 함께 가기로 합니다. 그런데 갈린다에게 사소한 문제가 생겼죠. 그녀에게 반한 보크가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으니, 피에로와의 애정전선에 걸림돌이 생긴 셈입니다. 이에 갈린다는 꾀를 냅니다. 휠체어 신세를 지는 딱한 네사로즈를 무도회에 초대하라고 보크를 설득한거죠. 이런 속내도 모르고서 네사로즈는 보크의 초대를 받고 생전 처음으로 무도회에 가보게 되어 행복해 합니다. 

무도회에 참석한 갈린다는 모리블 학장에게서 마법 세미나에 들어와도 좋다는 뜻밖의 허락을 받게 됩니다. 사실 갈린다는 마법 세미나에 줄곧 참석하고 싶어했으나, 그녀에겐 마법적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번번히 퇴짜를 맞았거든요. 그랬던 모리블 총장이 갑자기 뜻을 바꿔 갈린다를 마법세미나에 넣어 주게 된 것은, 바로 엘파바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엘파바는 자신의 동생인 네사로즈가 생전 처음으로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 일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었죠. 이 일을 알고서 갈린다는 무척 놀랍니다. 갈린다는 엘파바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엘파바를 놀려주려고 이상한 뾰족 모자까지 선물해 무도회에 쓰고 오라고 했던 참이었거든요. 갈린다는 죄책감을 느낍니다. 엘파바는 갈린다가 놀려주기 위해 선물한 뾰족한 모자를 쓰고서 무도회에 등장합니다. 다른 학생들은 엘파바의 기괴한 뾰족 모자를 보며 놀려대지만, 엘파바가 꿋꿋하게 혼자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갈린다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서 엘파바와 함께 춤을 추며 두 사람 사이에 작은 우정이 싹트게 됩니다. 기숙사에 돌아온 두 사람은 밤새 수다를 떨며, 갈린다는 엘파바를 '인기녀'로 변신시켜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다음날 쉬즈 대학에는 엄청난 일이 벌어 집니다. 오즈의 경찰들이 딜라몬드 교수를 체포해 가고, 딜라몬드를 대신해서 온 교수는 철장에 갇힌 새끼 사자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동물들은 말을 해서는 안되며, 동물들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알립니다. 이에 엘파바는 분노하고 피에로는 그녀를 도와 겁에 질린 새끼 사자를 훔쳐 함께 숲속으로 달아 나게 됩니다. 숲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게 되지만, 피에로는 황급히 떠나고 엘파바는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는 아마도 아름다운 갈린다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체념합니다.

한편 모리블 학장은 엘파바에게 와서 드디어 오즈의 마법사를 직접 만날 기회가 생겼다고 알려 줍니다. 엘파바는 드디어 "반동물" 정책의 문제점을 오즈의 마법사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며 기뻐합니다. 또한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님이라면, 자신의 초록색 피부도 희게 바꿔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희망을 품게 되죠. 에머랄드 도시로 떠나는 엘파바를 환송하러 나온 갈린다는 피에로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때 엘파바를 배웅나온 피에로를 본 갈린다는 그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픈 마음에 자신의 이름을 항상 잘못 발음했던 딜라몬드 교수를 기리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글린다'로 바꾼다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피에로는 글린다에게 별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사실 그는 글린다보다 엘파바에게 더 관심을 갖고 있었거든요. 여하튼 피에로의 관심을 사지 못해 기분이 상한 글린다에게 엘파바는 함께 에머랄드 도시로 떠나자고 제안하고 둘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러 떠나게 됩니다.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엘파바가 그에게 동물들의 권리를 되찾아주고 싶다고 부탁하자, 마법사는 그 대가로 고대의 주술서를 보여주며 자신의 하인인 원숭이 치스터리를 날도록 주문을 걸라고 엘파바에게 요청합니다. 엘파바 자신의 타고난 마법적 능력과 마법서에 적혀있는 주문이 합쳐지자, 치스터리는 괴로움이 몸부림 치다가 날개 돋은 원숭이가 되지요. 괴로워 하는 치스터리의 모습을 본 엘파바는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오즈의 마법사가 날개 달린 원숭이를 만든 이유는 동물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애초부터 그는 동물들을 자유롭게 할 생각은 없었다는 걸 뒤늦게 엘파바는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주술을 되돌릴 수 없었죠. 오즈의 마법사는 아무런 마법의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았던 그저 "열기구를 타고 어쩌다가 오즈로 날아오게 된 평범한 남자"였기 때문에 자신의 무능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여론을 통제하고 감시할 목적으로 '동물들의 대화'를 금지했던 것이며, 이를 위해 엘파바의 능력을 필요로 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엘파바는 그에게 반기를 듭니다. 이에 오즈의 마법사는 경비대를 호출하여 엘파바와 글린다를 추격하도록 지시합니다. 그 둘은 성의 탑 꼭대기까지 도망가게 되고, 언론을 통제한 모리블은 엘파바가 사악한 존재이니 절대 그녀의 말을 믿어서는 안된다고 선언합니다. 엘파바는 마법서에 적힌 주문으로 빗자루를 날게 하고 글린다에게 빗자루를 타고 함께 도망가자고 제안하지만 글린다는 거절하고 엘파바 혼자서 떠나게 되지요. (여기서 엘파바는 그 유명한 노래 'Defying Gravity'를 부르는데요. 소름이 쫙 끼칠 정도로 굉장했습니다. 배우의 노래실력도 굉장했지만 무엇보다 그 노래에 담긴 뜻과 공연의 줄거리가 합쳐져 감동 백만배!!!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시간이 흘러 엘파바는 '서쪽의 나쁜 마녀"로 불리게 되고, 글린다와 모리블은 기자회견을 열어 엘파바 체포령을 알립니다. 엘파바를 아직까지 잊지 못한 피에로는 경비대장이 되어 그녀를 찾고 있지요. 한편 엘파바는 숨을 곳을 찾아 동생 네사로즈를 찾아오는데, 네사로즈는 자신의 다리를 고쳐주지 않은 언니를 비난합니다. 이에 엘파바는 네사로즈에게 주문으로 모든 걸 할 수는 없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네사로즈의 보석구두에 마법을 걸어 주고, 한평생을 걷지 못하던 네사로즈는 걸을 수 있게 됩니다. 기쁨에 찬 네사로즈는 자신이 사랑하는 보크를 부르는데요. 보크는 네사로즈에게 이젠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자신을 그만 놓아 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은 글린다를 사랑했음을 고백합니다. 이에 분노한 네사로즈는 엘파바의 마법책을 보고 엉터리 주문을 외우는데, 잘못된 주문으로 보크의 심장은 쪼그라듭니다. 엘파바는 죽어가는 보크를 위해 다른 주문을 걸게 되는데, 이로 인해 보크는 바로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이 됩니다. 엘파바는 주문을 읽을 줄을 알았으나, 그게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맺게 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던 것이지요.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 주문을 외울 때마다 불행한 결과가 나온다는 자책감에 엘파바는 괴로워합니다.

한편 엘파바는 날개달린 원숭이들을 구하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찾아갑니다. 마법사는 엘파바의 힘을 다시 얻기 위해 원숭이들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엘파바는 그의 검은 제안을 거절합니다. 그리고 도망치던 중에 피에로와 우연히 마주칩니다. 피에로는 엘파바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고, 엘파바와 함께 도망칩니다. 이에 글린다는 배신감에 휩싸여 모리블에게 네사로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소문을 내면 엘파바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알려 줍니다. 글린다가 말한 것은 '소문을 내라'는 것이었지만, 악랄한 모리블은 네사로즈에게 실제로 끔찍한 일을 일으킬 작전을 세웁니다. 

모리블은 날씨를 변화시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켄자스의 주택을 날아오게 했고, 네사로즈를 덮치게 만듭니다. 엘파바는 직감적으로 네사로즈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느끼고 서둘러 그곳으로 가지만, 이미 네사로즈는 '도로시'네 집에 깔려 죽은 뒤 였고 게다가 네사로즈의 유품인 보석구두까지 도로시가 "훔쳐" 간 다음이었습니다. 그리고서 모리블의 계략으로 이 곳에 잠복해 있던 경비병들이 엘파바를 붙잡으려 하자, 피에로는 엘파바를 자신이 소유한 성으로 도망치게 하고서 자신은 병사들에게 붙잡힙니다. 엘파바는 끔찍한 고문을 당하게 될 피에로를 고통에서 구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고, 이로 인해 피에로는 고통을 당하지 않는 "허수아비"가 됩니다.

한편 엘파바 덕분에 목숨을 살렸지만, 그녀 때문에 양철 나무꾼이 되었다고 원망하는 보크와 엘파바 덕분에 구출되었음에도 그녀가 납치한 탓에 겁장이가 된 것이라고 믿는 사자, 그리고 오즈의 주민들은 엘파바를 잡기 위해 그녀가 숨어 있는 성으로 몰려 옵니다. 글린다는 친구인 엘파바를 구하기 위해 성으로 와서, 이젠 그만 도로시를 놓아 주라고 엘파바를 설득합니다. 이때 두 사람은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서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오즈를 맡아 잘 다스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서 엘파바는 도로시가 부은 물에 천천히 녹아 내려 사라집니다. 

글린다는 엘파바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는데요. 엘파바가 평소에 소중하게 여겼던 어머니의 유품 "초록액체가 담긴 병"이 오즈의 마법사의 방에서 본 것과 같은 것임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사실은 오즈의 마법사가 바로 엘파바의 친아버지였던 것이죠. 오즈의 마법사의 꿈은 바로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는데, 정작 자신의 딸을 몸쓸 짓을 한 셈이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요. 실권을 장악한 글린다는 오즈의 마법사는 기구에 태워 오즈를 떠나도록 명령하는 한편, 악행을 거듭한 모리블은 감옥에 가둡니다.

한편 허수아비 피에로가 등장하여 성의 바닥에 달린 비밀문을 여는데요. 놀랍게도 여기에서 엘파바가 나옵니다. 사실 엘파바는 죽은 것이 아니었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자유롭게 떠나기 위해 엘파바가 물에 녹아 죽은 양 속임수를 펼쳤던 것이었죠. 허수아비와 초록마녀는 행복하게 떠나가고, 글린다는 오즈 주민들과 달콤씁쓸한 축배를 들며 뮤지컬은 막을 내립니다.

한번쯤은 꼭 볼 만한 강추 뮤지컬, 위키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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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에서 받은 초대권으로 본 뮤지컬 힐링하트 시즌2 입니다. 생각해보니 지난 해 초에도 롯데백화점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 초대권을 받아서 꽤 재미있게 봤었네요. 힐링하트 시즌2의 티켓에 적혀있던 '자살방지 특별법'이라는 문구를 보면서, 이건 일종의 계몽 뮤지컬인가 했는데 정말 공연장에 가보니까 보건복지부에서 보낸 화환이 서있는거에요. 놀라서 검색해 보니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자살 방지를 위해 후원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이었습니다.

주인공 '김대리'는 직장에서는 만년 대리로 일하다가 쫓겨나다시피 퇴사하게 되고,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에게도 이별을 통보받게 됩니다. 김대리는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시작하게 되는데, 사고까지 치게 되고, 결국 자살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나타난 신비의 인물에게서 자살 불가 통보를 받게 되는데요. 천상세계에서 요즘 자살률이 너무 높아 새로운 자살법이 생겼고, 자살할 만한 자격을 심사하여 상위에 랭크된 사람만을 자살 가능하게끔 선정한다는 황당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따라서 자살하고 싶다면, 김대리 앞 순위 사람의 자살을 막아 열심히 살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10대, 연예인을 꿈꾸는 가수 지망생, 대출빚에 시달리는 직장인 등등 우울한 상황에 처해 자살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자는 2009년을 기준으로 28.4명인데, 이는 33개 OECD 국가 중에 가장 많으며, 하루 평균 42.2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입니다. 교통사고와 암(癌)을 제치고 10대부터 30대까지의 사망원인 1순위입니다. 특히 20대의 경우 사망원인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44.6%가 자살이었고, 30대(34.1%)와 10대(29.5%)에서도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의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뮤지컬을 보는 내내 어찌나 가슴이 답답하던지... 이 뮤지컬을 보면서 새마을 운동을 떠올린 것은 저 뿐일까요? 60~70년대의 '잘 살아 보세!' 라든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캠페인을 2시간 동안 관람한 느낌이었어요. 그 시대의 방식대로 '자살하지 말자' 라든지, '세상은 제법 살 만 해요' 등의 주입식 문구들을 나열하면, 사람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걸까요? 히융.... 자살을 막기 위한 뮤지컬이라니...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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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6월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산불>을 보고 왔습니다. 뮤지컬은 참 좋아하지만, 연극은 즐겨 보는 편이 아니라서 어쩌다가 연극 초대권을 받게 되면 가끔 한번씩 가서 보곤 하는정도인데요. 연극 <산불>은 제 돈을 내고 봤던 몇 안되는 연극 중 하나였던 것 같네요. 제가 초대권으로 봤던 연극들은 대학로의 소극장 공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연극 산불은 출연하신 분들의 연기 내공이며, 무대 스케일이 남달랐습니다.

특히 강부자씨 연기는 도저히 연기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소백산골의 한 여인네가 정말 내 앞에 서서 자신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듯한 굉장한 사실감이 전해졌습니다. 작년에 본 연극인데도 그분의 존재감이 어찌나 강렬하고 잊혀지지 않던지, 지금도 강부자씨가 아니라 정말 강부자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진정한 연기자는 배역을 맡아 연기를 펼칠 때엔 유리가면을 쓰고 자신 안에 그 캐릭터가 빙의된 것처럼 연기를 한다고 하잖아요. 일본 만화 유리가면에서 주인공 마야의 연기 묘사를 보면서, 허풍 작렬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강부자씨는 유리가면을 쓰신 것 같았습니다. 사월 역을 분한 장영남씨의 광기 어린 연기 또한 참 훌륭했고 존재만으로도 무대를 압도하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대단한 연기력을 지닌 분들이라서 국립극장의 큰 무대를 꽉 채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연극 <산불>은 무대 장치도 현실감이 있었는데요. 그동안 제가 봤던 연극은 "나 연극이거든" 이라고 말하듯이, 굉장히 간결하고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었던 데에 반해, 산불의 무대는 디테일이 살아 있더라구요. 무대 위의 갈대밭이라든가, 산 속에 있는 작은 마을의 오막집들, 산으로 연결되는 듯한 바위들...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어 극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 공연은 故 차범석 5주기 기념 특별공연이었고, 한국 연극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임영웅씨가 연출했다고 합니다. 차범석 님은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분이며, 연극 <산불>은 1962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여러 극단과 단체, 학교 등지에서 꾸준히 올라가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백산맥 한 줄기에 없는 듯이 묻힌 두메산골. 남자들은 하나같이 국군과 빨치산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되거나 길을 떠났고, 마을은 노망난 김노인과 아이들을 빼곤 졸지에 모두 여자들만 남은 과부촌이 되었다. 국군이 서울을 탈환하고 남한 일대에는 다시 평화와 재생의 물결이 일고 있으나 험준한 산악 지대인 이‘과부마을’에는 밤이면 공비들이 활개를 치는 그늘진 마을로, 여자들은 남자들을 대신해 공출과 야경에 시달린다. 양씨의 며느리 점례는 이 마을에서는 드물게 유식자이며 아름답고 젊은 과부이고, 최씨의 딸 사월이도 딸 하나를 둔 젊은 과부이다. 어느 눈 내리고 추운 밤, 점례의 부엌으로 부상당한 한 남자(규복)가 숨어들고, 점례는 규복을 마을 뒷산 대밭에 숨겨준다. 규복에게 동정심을 품은 점례는 음식을 날라주며 규복과 사랑을 나누는데, 어느 날 점례와 규복의 밀회장면을 사월이 목격하게 된다.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고, 여자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3개월 후, 사월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헛구역질을 해댈 무렵, 국군의 빨치산 토벌작전이 본격화되어 국군은 점례네 대밭에 불을 지르기로 한다. 솟아오르는 연기를 보며 두 여인도 모두 불 속으로 뛰어든다. (자료출처: 플레이디비)

대학 다닐 적에 '희곡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실주의 연극에 대해서도 배웠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주의 연극의 특징은 몇가지로 추려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향이 있으며, 대사나 무대장치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우며, 네번째의 벽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여 연기한다는 것이었어요. 쉽게 예를 들어 햄릿 같은 연극을 떠올려 보시면, 사실주의 이전의 낭만주의 희곡과의 차이가 느껴지실 거에요. 그 어색한 문어체의 대사며, 일반인과는 너무 동떨어진 인물들.... (사실주의 연극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

아무튼 참 좋은 공연을 보게 되어 기분 좋았어요.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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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경에 이대 삼성홀에서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왔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리뷰를 올리게 되네요.

그리스(Grease)는 남자들이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기름을 뜻하는데요. 올백으로 머리를 쓸어넘긴 엘비스 프레슬리가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고교생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좀 노는 남자 고등학생 대니와 순진한 여학생 샌디의 사랑과 오해, 그리고 해피앤딩~ 트랄랄라..뭐 이런 내용입니다.  

뮤지컬 그리스는 꽃미남 배우들의 등용문이 되어 왔다고 하네요. 이선균, 지현우, 오만석, 엄기준 등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고 합니다. 제가 갔을 때엔 이현씨가 대니역을 맡으셨는데, 오션이라는 그룹의 가수 출신이라고 하는데 꽤 준수한 외모셨어요.

신나는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은 대체로 만족했지만, 스토리 면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많았어요. 고교생들의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냈다는 면에서 미국 드라마 글리(Glee)와 비교해 보게 됩니다. 미국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스토리가 가볍게 전개된다는 점에선 두 작품이 상당히 비슷한데요. 주제에 도달하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깊이가 확연히 다릅니다. 글리는 독특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사건과 갈등을 통해 각자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자신들의 고민을 풀어내는데 반해, 그리스는 좀 마초적이고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적당히 마무리해 버립니다. 순수했던 샌디가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일탈을 택함으로써 대니와 적당히 해피앤딩을 맺는다는 맹숭맹숭한 결말이라니...흐음!

P.S. 저는 포스터 속 포즈 따라하길 좋아합니다....하지만 저 사진을 보니까....다음부턴 절대 저러지 말아야겠네요....저 사진 때문에 내가 나를 디스하는 포스팅이 되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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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 파는 커피를 소개한다니 조금 생뚱맞긴 합니다만, 오늘은 르뽀미에에서 판매하는 유기농 아메리카노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봄은 이래 저래 참 요상하고 변덕스러운 계절입니다. 어제는 굉장히 덥더니 오늘은 비가 쏟아지네요. 비가 오는 날엔 이상하게도 커피가 유난히 당기고, 또 커피가 참 맛있게 느껴지잖아요. 오늘도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어찌나 향긋하고 좋던지..! 날씨가 흐릴 때 커피가 좋아지는 게 단순히 제 기분 탓이라고만 여겼는데 사실은 과학적인 이유가 있더라구요.

비가 오거나 쌀쌀할 때 커피를 마시면 10% 정도 신진대사를 끌어올려 추위를 이기는 데에 도움을 주고요. 또한 비가 올 때엔 기압이 낮고 습도가 높아져 커피 향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낮은 기압 때문에 기체가 아래쪽으로 깔리기 때문에 커피향의 확산 속도가 느려지고 이로 인해 사람의 후각이 미치는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서 커피향에 더욱 이끌리게 되는거죠. 게다가 심리학적으로도 비가 오면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연히 커피를 찾게 된다고 합니다. 씨애틀이 커피로 유명해진 이유 중에 하나가 늘상 흐리고 우울한 날씨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탓이라고 하네요.

제가 근무하는 곳 근처에 '르뽀미에(Le Pommier)'라는 빵집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100% 유기농 커피를 판매합니다. 참고로 르뽀미에는 불어로 사과나무를 의미합니다. 르뽀미에는 홈스타일 베이커리를 표방하는데, 빵도 제법 신선하고 그날 갓 만든 다양하고 맛있는 빵들을 구입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처음만난 크림치즈' 라든가, '고구마데니쉬' 같은 조금 달달한 빵들과 아메리카노는 정말 잘 어울립니다. 파리바게뜨 같은 체인화된 빵집과 달리, 참 아기자기하고 기특한 동네 빵집이 생긴 것에 기뻐하고 있었는데요. 알고보니 르뽀미에 역시도 SPC 계열이라네요....(아이스크림은 베스킨라빈스에서, 도넛은 던킨에서, 빵은 파리바게트에서, 떡은 빚은에서, 커피는 파스쿠찌에서.....벗어날 수 없는 SPC의 굴레! 정말 SPC 샤니는 식품계의 삼성이란 말이 맞긴 한가봐요. 참고로 르뽀미에에서 OK캐쉬백 적립은 가능하나, 해피포인트 적립은 되지 않습니다.)

뉴욕의 홀푸드에 갔을 때에 유기농 커피 Section에 가보니 유기농 커피들도 종류가 참 다양하더라구요. 그때 사오지는 않아서 홀푸드의 유기농 커피들을 맛보진 못했지만, 가격만 두고 비교했을 때엔 일반 커피보다 약간 비싼 편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르뽀미에의 유기농 커피는 가격도 참 착해요. 아메리카노 한잔이 2000원이니까요. 게다가 주문 즉시 내려주는 에스프레소 커피라서 던킨에서 파는 2300원짜리 드립커피보다 진하고 향기롭습니다. 스타벅스나 할리스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와 견주어도 그다지 뒤지지 않아요. 다만 까페라떼와 같이 우유나 시럽을 넣는 커피들은 별다방, 콩다방 쪽이 낫네요~ 여하튼 기회 되시면 르뽀미에에서 유기농 아메리카노와 함께 갓 구운 빵을 드셔보시는 것도 꽤 괜춘합니다. ^^

주님의 손이 나에게 내리셨다. 그분께서 주님의 영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시어, 넓은 계곡 한가운데에 내려놓으셨다. 그곳은 뼈로 가득 차 있었다.  그분께서는 나를 그 뼈들 사이로 두루 돌아다니게 하셨다. 그 넓은 계곡 바닥에는 뼈가 대단히 많았는데, 그것들은 바싹 말라 있었다.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주 하느님, 당신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그분께서 또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뼈들에게 예언하여라.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주 하느님이 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너희에게 힘줄을 놓고 살이 오르게 하며 너희를 살갗으로 씌운 다음,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분부받은 대로 예언하였다. 그런데 내가 예언할 때, 무슨 소리가 나고 진동이 일더니, 뼈들이, 뼈와 뼈가 서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올라오며 그 위로 살갗이 덮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숨은 아직 없었다.  그분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숨에게 예언하여라. 사람의 아들아, 예언하여라. 숨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 숨아, 사방에서 와 이 학살된 이들 위로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그분께서 분부하신 대로 내가 예언하니, 숨이 그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들이 살아나서 제 발로 일어서는데, 엄청나게 큰 군대였다.  (에제키엘서 제37장 1-10절)

성경 속에서 마른 뼈들이 되살아나는 장면은 강한 충격을 줍니다. 방금 죽은 사람도 아니고, 이미 말라버린 뼈들이 되살아나 엄청나게 큰 군대가 되다니요. 어지간한 판타지 영화보다 더 스펙터클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장면이 성경 속에 생생히 펼쳐집니다.

이미 희망은 사라졌고, 더 이상은 기대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좌절하고 있던 때에 전 우연히 이 성경 구절을 접했습니다. 정말 놀랐지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게 그분께서 들려주시는 말씀과 같았으니까요. 공포와 좌절 그리고 실의에 빠져 마른 뼈들로 가득한 계곡을 걷고 있는 제 자신을 성경 속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분은 제게 묻습니다. "얘야...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니?" 그때 제가 뭐라고 답했을까요. "맙소사. 주님. 제게 왜 이러시는 거에요? 이미 다 죽다 못해 뼈까지 말라버렸잖아요! 저는요.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왜...왜 제게 이러시는거에요!?" 사실 그분께 화가 났다거나 이렇게까지 저를 몰아가는 상황에 분이 났다기 보다는, 유능하지 못한 자신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 제게 주님은 그 마른 뼈들이 거대한 군대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려 주십니다. 이 말씀을 접하고서 불가능도 가능케 하시는 그분의 능력에 대해서도 물론 생각했지만, 그보다 그동안의 제 태도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저는 최근에 몇가지 좌절을 겪으며, 스스로의 무능함에 자책하고 굉장히 분개했습니다. 아직까지 실패의 경험이 많지 않았던터라, 어설픈 자만심 때문에 최근의 좌절이 더 아프고 힘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배웠고 늘 그렇게 믿어 왔는데, 현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자신이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 부족이나 무능력 탓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노력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던가요? 모든 일의 성공엔 우리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노력을 아무리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성과주의는 우리 사회의 우울증과 자살율 급증의 원흉일지도 모릅니다. 옛날에 unfortunate person은 그저 불운한 사람을 지칭했었으나,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는 부(fortune)가 없는 상태 -unfortunate-는 단순히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태만함이나 노력 부족에 의한 결과인 양 몰아 갑니다. 결국 모든 성공과 모든 실패의 책임이 이젠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와 성과주의는 그런 면에서 참 끔찍하게 어울리는 환장(!)의 짝꿍입니다.

사소한 성공에 도취되어 있을 때엔 몰랐는데, 최근에 좌절과 실패들을 경험해보니 그간의 제 오만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이루었던 일들은 온전히 제가 잘나서 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음을, 제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고백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요즘 겪었던 실패들도 그분의 뜻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크고 작은 기적들부터 손바닥을 뒤집는 정도의 사소한 행동에도 "제 믿음과 노력" 뿐만 아니라 "주님의 뜻하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제게 가르쳐 주시려고 했나 봅니다. 제 안의 강퍅한 마음을 바로잡는 길은 무수한 실패밖에 없다는 걸 그분께선 이미 알고 계셨을 테지요.

제 고집을 내려 놓고 "주 하느님, 당신께서 아십니다"라고 대답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집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글을 쓰는 며칠동안 기적과 같이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들이 한순간에 해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제가 바라고 기대하던 것을 주신 것이 아니라, 제게 가장 필요하고도 가장 좋은 것을 주셨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혀 다른 "그분의 방식"으로 말입니다. 마른 뼈가 다시 살아나 그 안에 숨결이 깃드는 것과 같은 놀라운 기적이 지금 우리의 일상 가운데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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